오피니언 사설

[사설] 극단투쟁에 표류하는 국책사업

서울행정법원이 어제 새만금 사업을 중단하거나 수정하라며 개발에 반대하는 환경 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공사를 반대해온 지율 스님은 정부가 스님측의 환경공동조사 주장을 수용함으로써 100일만에 단식을 풀었다. 단식중단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로 스님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국책 사업들이 이렇게 표류해도 되는가 하는 점과 원만한 수습 뒤에 파생될 엄청난 후유증을 생각하면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 천성산 터널공사나 새만금 사업이 당장 공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추진일정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두 사업은 이미 공사 중단ㆍ재개 등의 곡절을 거치며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새만금 사업은 정부가 그대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참동안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천성산 터널도 공동 환경조사결과가 종전과 달리 나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두 사업 모두 공기지연과 함께 비용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져야 하니 답답한 일이다. 정책 일관성을 해치는 좋지않은 선례를 남긴 것은 예산낭비보다 더 큰 문제다. 다른 사업도 생명을 거는 극단적 행동으로 나서면 그때마다 되돌려야 하는 것인가. 방폐장은 물론이고 앞으로 종합투자계획의 대형 SOC사업이 많이 추진될 것이란 점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 국책사업을 정략적 목적에서 발의하거나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거는 등 정치논리로 접근한 것이 큰 잘못이다. 환경보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도 충분한 설득노력 없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추진한 것도 갈등을 키웠다. 환경과 개발의 충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앞으로 더 첨예해질 것이다. 두 사건은 사회변화에 맞춰 환경영향평가에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등 광범위한 사전 의견수렴 등 새로운 접근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시민 단체들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반대투쟁을 벌이는 일이 옳은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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