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 성장엔진' 추진력 둔화우려

■ 제조업 수익성 사상최악'산업의 견인차'에 투자오면 유동성확보 급급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지난해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5.5%에 그쳤다는 것은 '제조업하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제조업 없는 성장이란 불가능하다. 제품을 만들어야 판매(유통)도 있고 금융도 있는 것이다. 제조업은 그래서 산업의 뿌리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기업경영 분석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떨어지자 제조업체들은 그저 생존에 급급한 모습이다.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기업들은 투자는 외면한 채 유동성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투자기반이 위축됨에 따라 앞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의 경우 설비투자가 감가상각분에도 못 미쳐 생산능력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제조업체들은 주식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설비투자에 사용하기보다는 회사 내에 쌓아두는 데 골몰했다. ◈ 보유 현금은 늘었지만 생산능력은 줄어 지난해 제조업체들의 유형자산은 1.5% 감소했다. 유형자산은 바로 기계설비ㆍ공장 등 생산기반이다. 유형자산의 절대규모가 줄어든 것은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69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투자금액이 감소한 적은 있었지만 지난해처럼 생산시설인 유형자산이 준 적은 없었다. 결국 감가상각액보다도 대체 투자규모가 적어 생산능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투자는 줄었지만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제조업체의 현금비율(1년 미만의 단기부채에 대한 보유 현금의 비중)은 16.4%로 전년의 13.5%에 비해 3%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1년 미만의 단기부채에 대해 1년 이내에 현금화될 수 있는 자산의 비중을 나타내는 유동비율도 97.9%에 달했다. 결국 앞으로 1년간은 채무상환 요구가 들어와도 얼마든지 감당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업들이 단기대응에 급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 재무구조 개선도 허울만 좋을 뿐 재무구조는 일단 수치상으로는 분명히 개선됐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182.2%로 전년의 210.6%보다 28.4%포인트 좋아졌다. 이는 67년(151.2%)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부채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의 비중도 37.2%로 전년의 28.0%보다 크게 늘어났다. 차입금과 회사채를 합한 금액이 총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의존도도 39.8%로 2000년의 41.2%보다 개선됐다. 이 역시 89년(38.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부채비율이 떨어진 것은 차입금 상환보다는 주식발행, 출자전환, 채무면제 등을 통해 이뤄졌다. 결국 분자를 줄인 것이 아니라 주로 분모를 늘려 부채비율을 떨어뜨린 것이다. ◈ 성장성과 수익성은 사상 최악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매출액 증가세나 영업이익률은 한은이 61년 통계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이 1.7%에 그친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온 정보통신제조업의 매출이 감소세로 전환한데다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달러표시 수출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매출액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영업이익률도 5.5%에 그쳤다. 이는 매출이 부진한 탓에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이 줄어들자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금융비용)도 132.6%로 전년의 157.2%에 비해 무려 24.6%포인트나 떨어졌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지는 추세"라며 "제조업체들도 앞으로는 기술개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비용절감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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