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출산율저하 막으려면

지난 2004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6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나타낸다. 미국 인구조회국(PRB)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출산율이 가장 낮은 10개국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70년에 4.53이던 출산율이 꾸준히 감소해 83년에는 2.08을 기록했다. 소득·고용 불안정이 주원인 그 이후 단 한번도 2.0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2004년에 1.16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 수치는 한 사회가 인구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인구대체출산율 2.1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OECD 국가들의 평균인 1.6명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는 경우 현재 5% 수준인 잠재 경제성장률이 오는 2020년에 3.6%, 2030년에 2.3%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은 장기적으로 노동공급의 감소, 연금부담 증가로 인한 국가 재정의 악화, 젊은 세대의 부담 증가 등 사회 전체에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의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미래소득의 불안정성에 기인하는 소득 요인 둘째, 자녀의 편익과 비용에 근거한 자녀 요인 셋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가치관 요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성 불평등을 위시한 사회ㆍ직장 요인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나타난 급격한 출산율 저하는 주로 소득 요인과 가치관 및 사회ㆍ직장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경제ㆍ사회적인 변화로 인해 소득이나 고용의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경험하게 됐다. 그리고 자녀의 양육 비용 등 ‘자녀 요인’보다 만혼의 증가, 여성의 경제적 역할 증대, 육아와 직장의 양립 어려움 등 ‘가치관 및 사회ㆍ직장 요인’이 출산율 저하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주요 원인이면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ㆍ직장 요인’ 개선에 정부대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무형태의 유연화를 근간으로 하는 친가족 근로형태(family-friendly work patterns)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출산이 고용을 가로막지 않도록 하는 고용정책의 목표와 고용이 출산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인구정책의 목표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구적 유연근무제는 고용계약상의 문제이므로 개별사용자에게 일임하기보다는 정부가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 친가족 근로형태를 활용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이나 지원금을 제공하고 저출산 시대의 대안으로 홍보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친가족 근로형태 적극 도입을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평생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 외환위기 이후 악화되고 있는 미래소득의 불안정성 등 소득 요인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현재 추진ㆍ계획하고 있는 양육비 지원 등 ‘자녀 요인’에 중점을 둔 정책 방안은 일본과 같이 재정 부담만 가중시키고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므로 보조적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기업은 정부정책에 부응해 전일제(full-time) 근로형태의 획일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장시간 근로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여성취업 확대는 곧바로 출산율 하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친가족 근로형태를 적극 활용해 여성이 가정과 직장을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에 대해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시급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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