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6월 24일] 누가 진정한 '스마트 몹' 인가?

[데스크 칼럼/6월 24일] 누가 진정한 '스마트 몹' 인가? 양정록(뉴미디어부장) jryang@sed.co.kr 한 개그우먼이 촛불집회와 관련된 발언으로 MBC에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 개그우먼은 “정말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 믿었다. 여러분의 분노를 느꼈지만 내 진심을 전하기는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차 사과의 말을 방송 도중 내보냈다. 이런 개그우먼의 눈물 어린 사과에도 불구하고 청취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 청취자들은 “이제 와서 눈물을 흘리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나”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라면 하차하라” 등 강경하게 압박했다. 또 다른 청취자들은 “진심이 느껴졌다”며 그녀를 옹호했으나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댓글 비판으로 결국 본인은 중도 하차로 책임을 지기에 이르렀다. 최근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된 MBC PD수첩이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미국의 20대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인간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전해지자 네티즌 사이에 논쟁이 불붙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국립프리온질병병리학감시센터에서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인간 광우병(vCJD)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PD수첩의 보도 공정성과 객관성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23일 현재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2,380여건이 넘는 글이 몰렸다. 네티즌들은 PD수첩 보도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억측보도’ ‘다분히 의도가 엿보이는 실수’라는 비판과 ‘진실 규명이 핵심’ ‘실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PD수첩의 보도에 지지를 보내는 네티즌들은 “PD수첩의 보도가 인간 광우병 의심 사례로 여겨지는 증상과 유사했기 때문에 오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인용보도한 것으로 한국인이 피해를 입은 게 있느냐. 그보다 중요한 것은 PD수첩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PD수첩의 보도를 문제 삼은 네티즌들은 “광우병은 조심하는 게 좋지만 MBC가 허위 혹은 과장보도를 한 것은 틀림없으며 이로 인해 많은 국민이 혼란에 빠지고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으므로 이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며 “PD수첩도 미국 측 자료를 인용했는데 그것은 믿을 수 있고 미국 측 발표는 못 믿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위의 두 가지 사례에서 누가 진정한 ‘스마트 몹스(smart mobsㆍ똑똑한 군중)’인지 찾아내는 게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몹스’란 과학저술가 하워드 라인골드가 지난 2002년 10월 출간한 그의 저서에서 최초로 사용한 용어로, 단일 지도자 없이 인터넷ㆍ휴대폰 등 디지털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스로 조직화하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집단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개인이 어디 있든 간에 휴대폰과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으로 초고속인터넷 접속과 위성방송 등을 통해 자유롭게 의사를 교환하면서 일사불란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번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모두 젊은 세대가 휴대폰과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역으로 말하면 ‘스마트 몹스’에 의해 정권 교체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는 저성장과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에 놓여 있다. 이를 타개하려면 높은 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각 경제주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현 상황은 민주정치의 원초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은 인터넷 활용으로 직접적인 정치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반면 정당과 의회정치는 직무유기라 할 정도로 빈사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균형을 막기 위해 이 시대 진정한 ‘스마트 몹스’의 출현이 불가피하다. 인터넷 댓글은 편가르기 도구가 아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일각이지만 인터넷 집단폭력의 폐해도 있지만 특정 세력의 개입 없이 여론을 모으는 과정은 순기능인 만큼 인터넷시대의 쌍방향 소통법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제 ‘스마트 몹스’가 나서 사이버공간에서의 윤리의식 제고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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