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강화도] 역사의 숨결에 안겨 절정의 봄 느껴보자

강화도. 강물이 끝을 맺어 꽃으로 피어나는 섬.봄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면 강화도에 가보자. 따갑게 얼굴을 내려쪼이면서도 끈적끈적한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 봄 햇살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신록에 번쩍이는 햇볕 기운이 화사하다. 「봄날 시름은 술보다 더 진하다」던가. 사람들은 보통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에 오히려 세상살이가 허전하고 덧없다고 느끼는 법이다. 문득 자신의 나이가 버겁게 느껴지고, 늙은 어버이의 거친 손가락 마디가 애처로운 것도 봄이다. 강화도에 가면 이렇듯 가는 세월이 서러워 우는 정한이 있다. 몽고군에 시달리고, 청나라에 유린당하고, 서구 열강에 눈물짓던 애끊는 수난의 역사 탓일까. 그 누가 관광버스를 타고와 전등사, 마리산(마니산의 본이름이다), 덕진진, 초지진 등을 한번 쓱 훑은 뒤 『강화도를 보았다』고 말하랴. 유명한 사찰이 아니어도 좋다. 닳고 닳은 술집 작부의 냄새를 풍기는 관광지가 아니어도 좋다. 길을 가다 봄볕 정취에, 혹은 한적한 포구의 여유로움에, 혹은 이름모를 들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멈춰서면 그뿐. 주말의 교통 지옥도 그곳에 가면 깨끗이 잊혀진다. 『강화도』하면 흔히 몇몇 전적지와 유적만 떠올리기 쉬우나 뜻밖에 가볼만한 곳이 많다. 코스는 크게 3가지. 먼저 강화읍을 중심으로 고려궁터, 강화성 남문, 오층석탑, 강화지석묘, 고인돌무덤 등을 둘러보는 유적 답사 코스. 또 마리산, 봉천산, 고려산 등을 오르는 산행 코스가 있고 석모도의 보문사와 강화도 남부 해변을 돌아보는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애잔한 역사의 아픔이 살아있는 강화도의 유적도 좋지만 강화읍~외포리~석모도~동막해수욕장~덕진진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가 가장 추천할만하다. 석모도에는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의 하나인 보문사가 있는데 새벽 동틀 무렵에 듣는 절 앞바다의 파도소리와 마애관음보살상은 「강화 8경」의 하나로 꼽히는 절경이다. 그러나 주변의 이름없는 곳들이 더 여행자의 발길을 잡아맨다. 민머루해수욕장은 물이 빠지면 게, 조개, 낙지 등을 잡아볼 수 있다. 장화나 여분의 신발, 호미를 준비하면 금상첨화다. 장구너머포구와 어류정항에서는 싱싱한 횟감을 싼값에 먹을 수 있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아침7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약15분마다 출발. 자동차 1만6,000원(왕복). 사람 1,000원. 문의 삼보해운 (032)932-6007 또 놓칠 수 없는 게 강화도 남서쪽 정화리 낙조조망지에서 바라보는 일몰. 해가 노루꼬리만큼이나 짧아지고 하늘이 검붉게 물들어갈 때 갈매기가 끼룩대며 서해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다. 또 아무리 갈길이 바쁘더라도 어둠이 완전히 깔리기 전, 땅거미가 내리는 동막해수욕장 일대를 돌아보자. 갯벌과 섬, 바다가 실루엣처럼 슬며시 사라지는 순간은 은밀하면서도 가슴아픈 옛추억으로의 여행이다. 초지진·덕진진 관광은 포기해도 아깝지 않을 비경이다. 산행 코스는 마리산~정수사가 유명하다. 마리산 정상에 올라 아득히 펼쳐지는 서해를 보면 가슴 속 찌꺼기들이 말끔히 씻겨진다. 내려오는 길의 정수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가슴을 적신다. 이밖에 황해도 연백군이 내려다보이는 봉천산, 서해 낙조가 일품인 고려산, 보문사가 자리잡은 해명산도 유명하다. 문의 강화군 관광개발사업소 (032)933-8011 ◇살거리·먹을거리= 특산물로는 예로부터 화문석, 인삼, 강화순무가 유명하다. 특히 여름도 일찍 다가왔으니 시원한 화문석 돗자리를 하나 사오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문의 강화토산품판매장 (032)934-6156, 인삼센터(032)933-3883, 풍물시장 (032)934-1318 먹을거리로는 5월부터 나오는 밴댕이회가 유명하다. 외포리항, 선수밴댕이횟집촌, 더리미뱀장어타운이 횟집촌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결코 싸지 않다. 차라리 이름없는 포구에 들리는 게 더 나을 듯.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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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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