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불가리아 대사 '상표분쟁' 개입..새 국면 맞나

알렉산더 사보프 주한 불가리아 대사가 남양유업의 `불가리스'와 매일유업의 `불가리아' 발효유 상표분쟁에서 사실상 매일유업측`편들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서로 자사 브랜드에 혼동을 준다면서 법원에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맞소송 대치중인 양사의 분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사보프 대사는 25일 한남동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매일유업의 `매일 불가리아'는 불가리아가 공식 인정한 제품으로 상표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남양유업의 법적 대응에 대해 "이해가 안될 뿐 아니라 무척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사보프 대사가 이처럼 사기업간 비즈니스 다툼에서 매일유업 편들기에 나선 것은 매일유업이 불가리아 최대 국영기업인 LB불가리쿰사(社)로부터 유산균 원균을 20년간 독점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 한마디로 선점업체인 남양유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곤란한 처지에 몰려있는 매일유업 제품에 대해 "정통 불가리아 요구르트"라는 확인 도장을 찍어줌으로써, 매일유업에도 도움을 주고 자국 이익도 함께 챙기겠다는 뜻이다. 국영기업 지키기뿐아니라 국가명 이미지 업 등 다목적 국익을 적극 고려한 일종의 `세일즈 외교'라고도 볼 수 있다. 사보프 대사는 앞서 지난달 초 매일유업이 충남 청양공장에서 불가리아 제품 출시행사를 열었을 당시에도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세일즈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사보프 대사는 롱런 히트상품인 남양유업의 불가리스에 대해 그동안 왜 문제를 삼지 않다가 이제와서 대응하느냐는 취지의 질문를 받고 "불가리(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도 있고, 불가리스(남양유업 제품 브랜드)도 있는 것"이라며 재차 불가리아 상표권에도 문제가 전혀 없음을 강조, `공존의 질서'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상표 사용에 대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하고 같은 선상에서 매일유업의 불가리아도 상표 사용에 하자가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바꿔 말하면 법원 등 당국뿐 아니라 남양유업에도 공존의 질서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보프 대사는 이날 회견에서도 "세계적으로 일본, 핀란드, 러시아 등 16개국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불가리아균을 수입하고 사용하고 있으나 이같은 법적 분쟁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가리아 대사관은 한국 소비자들이 불가리아 요구르트의 품질에 대해 최고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확신한다"면서 "신규 정통 불가리아제품의 출시가 양국 무역발전의 중요한 전기가 됐고 양국의 친선에 득이 될 것"이라는 `세일즈 수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정식으로 한국 정부에 (매일 불가리아 상표금지 요구에 대해) 항의할 의향은 있는냐'는 질문에 대해 "불가리아는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서한을 보냈지만 양국은 모두 이를 오픈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런 가운데 후발주자인 매일유업은 이번 일로 돈 안드는 제품 홍보효과를 한껏누리고 있어 싫지 않은 표정인 반면 남양유업은 전체 발효유시장 확대효과를 조심스레 기대하면서도 매일유업의 추격에 답답해 하는 모습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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