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한 국가는 善, 약한 국가는 惡"

강한 국가의 조건 - 황금가지 펴냄<BR>무능한 정부가 기아·인권유린 테러 일으켜<BR>약소국은 행정역량 강화해 성장 이끌어야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강한 국가의 조건’을 통해 21세기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문제의 근원은 약하고 실패한 국가에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강한 국가 건설이라고 주장한다. 사진은 올 초 미군이 이라크 북부 무술 지역에서 테러 진압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 서울경제 자료사진

미국의 지성인들은 이라크전쟁을 ‘냄새 나는 전쟁’이라고 말한다. 뚜렷한 명분이 없는, 그저 부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일방적인 전쟁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유명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은 부시가 이라크 전쟁에 왜 그토록 기를 쓰고 매달렸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의 눈에 비친 이라크 전쟁은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석유ㆍ군사 기업의 기득권을 보장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뿐이다.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대다수 미국인은 무어 감독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미국 신보수주의 대변인이며 대표적인 지성인 가운데 하나로 통하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존스홉킨스대학 국제학대학원 정치경제학 석좌 교수) 교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취약하고 무능한 정부가 모든 심각한 문제의 근원”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부시 행정부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 그가 말하는 취약하고 무능한 정부란 빈곤ㆍ에이즈ㆍ마약ㆍ테러리즘이 뿌리내린 ‘실패한 국가’다. 소말리아ㆍ보스니아를 비롯해 “대량 살상 무기로 무장한 급진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 단체”의 온실이라고 여겨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지칭한다. 90년대 초반 ‘역사의 종말’이라는 책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최근 저작 ‘강한 국가의 조건(State buildingㆍ안진환 옮김ㆍ황금가지 펴냄)은 오늘날 세계 공동체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 가운데 하나인 약소국에 대한 초강대국의 군사ㆍ정치적 개입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이라크 전쟁 등 21세기에 벌어진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강제적 개입의 명분은 바로 약소국 안에 놓여있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국가의 제도적, 조직적 기능과 능력을 잃어버린 채 개별 집단을 통제하지 못하는 약하고 실패한 국가 때문에 기아와 인권 유린, 나아가서는 전 세계의 안정을 위협하는 테러가 발생했다고 본다. 약하고 무능한 정부 때문에 동티모르ㆍ북한 등에서는 국민이 기아에 시달리고, 유고에서는 인권 유린 사태가 벌어졌으며,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서는 기아와 에이즈, 내전으로 무수한 많은 인명이 사라져갔다. ‘약한 국가가 악하다’는 그의 생각은 결국 부시 행정부의 ‘악의 축’ 논리에 힘을 실어 주는 듯 하다. 하지만 그는 약한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강대국의 군사적 개입만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군사력과 패권주의를 바탕으로 한 강한 국가의 일방적인 간섭보다는 오히려 약소국의 행정역량 강화가 급선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약한 통치와 부적절한 제도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강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행정 역량 구축이 필수라고 역설한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행정역량 강화’로 못 박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외부의 지원이 강한 국가를 만들어 내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대목이다. 저자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인 개입 정책에 무조건 손을 들어 주지는 않는다. “미국은 쿠바, 필리핀, 도미니카 공화국, 파나마, 니카라과, 한국, 베트남 등 다른 나라들에서도 점령군 지위를 확보하고 제도 형성에 간여하려 애쓴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한국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성과를 이룩한 나라는 없다. 그리고 한국의 성과는 미국의 노력보다는 한국인 스스로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강한 국가 건설은 약소국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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