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마트에 유기농 채소 납품 8년만에 매출 2,400배 대박

충주 장안농장 류근모 사장<br>"올 매출 120억 ·亞주둔 미군부대와도 수출계약… 해외 대농장 짓는게 꿈이죠"



지난 10월 배추 파동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었을 때도 일부 대형마트들은 다소 모자라지만 배추 물량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수급이상을 미리 간파한 대형마트 채소구매 담당자들이 여름부터 생산지를 돌며 농민들에게 배추 재배를 독려해 물량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일부 농민들도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해 수익을 올렸다. 이 같은 대형유통사ㆍ생산자 간 협업 효과를 이미 오래 전부터 간파해 슈퍼 영농인으로 성장한 생산자 중 대표적인 곳이 충북 충주의 '장안농장'이다. 17일 충주 외곽 신니면 일대 들판을 가로질러 찾아간 장안농장은 국내 최대 규모인 유기농 농장의 위용을 자랑했다. 39만6,000㎡(12만평)의 대지에 들어선 6개 농장에는 유기농 상추를 필두로 양배추·당근·오이 등 10여종의 채소가 비닐하우스 135개 동에서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서 100% 유기농 쌈 채소를 키우는 류근모(53) 사장은 채소 하나로 한 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유명세를 탄 귀농 경영인이다. 류 사장은 1997년 서울에서 운영하던 조경사업의 실패로 10억원의 빚을 떠안고 충주로 도망치듯 떠났던 아픈 과거가 있다.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했던 그 당시,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유기농 채소시장의 가능성을 본 그는 과감히 융자금 300만원으로 유기농 상추 재배에 나섰다. 뛰어난 맛으로 점차 충주 지역을 중심으로 명성을 쌓고 있던 즈음 신세계 이마트로의 납품 기회가 찾아왔다. 2001년 당시 이마트 채소팀 바이어였던 장경철 팀장이 고품질의 유기농 채소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던 중 류씨를 만나 그해 10월 이마트 충주점에 장안농장표 채소를 들여온 것. 처음 농장에서 취급하던 품목은 상추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충주점 입점 이후 류씨의 상추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을 본 이마트 측은 류씨에게 재배 품목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양배추와 케일ㆍ깻잎과 적겨자 등 장안농장이 키우는 품목은 쌈 채소 전반으로 늘었다. 장 팀장은 "당시 유기농 매장 육성 차원에서 추가로 생산하는 채소는 이마트가 전량 매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판매 점포가 이마트 전국 57개점까지 늘었고 그 과정에서 2002년 고작 500만원이던 장안농장의 매출은 2008년 78억원, 지난해 110억원에 이어 올해는 120억원이 예상될 정도로 증가했다. 8년 만에 2,400배 성장한 셈이다. 그 덕분에 처음 부인과 단 둘뿐이던 직원은 현재 200여명까지 늘었고 농장 안에 자체 물류센터와 연구소를 운영할 정도로 조직도 탄탄히 갖추게 됐다. 그간 협력농장도 꾸준히 늘어 제주와 강원 대관령 지역까지 포함한 전체 농장규모는 396만㎡(120만평)에 이른다. 장안농장의 쌈 채소는 이마트 자체 유기농 제품 매장인 '자연주의' 코너에서 판매된다. 이 매장에서는 가공·신선식품 등 총 70곳의 중소업체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매출도 매년 20~30%씩 신장해 올해는 1,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소 농업인들과의 상생·협업을 위해 유기농 매장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매년 리뉴얼에 들어가는 10여곳의 점포에는 꼭 자연주의 코너를 만들어 현재 전국 129개점 중 80개 점포에 매장이 들어섰다. 장안농장은 ISO9001/2000 인증, 해외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국내 최초 글로벌유기농(IFOAM) 인증을 획득하는 등 유기농 업계에서 국내 최초ㆍ최고라는 타이틀은 모조리 휩쓸었다. 류 사장은 "최근 아시아 지역 주둔 미군부대와의 납품계약도 순조로워 수출길도 밝다"며 "내년 초에 선보일 국산 종자를 가지고 해외에 대농장을 짓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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