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셨건만 경제환경은 여전히 냉랭하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북한 핵 문제, 신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우려 등으로 체감경기는 한겨울이다. 경기실사지수(BSI)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최악이다. 더욱이 소비둔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가급등,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물가불안 마저 증폭되고 있다. 급기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5.5%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함에 따라 국민들의 생활도 더욱 불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1일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에너지 비상대책 2단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불요불급한 야간조명 사용이 억제되는 한편 승강기도 제한적으로 운행되는 등 에너지 절감 방안이 시행된다. 정부는 이 같은 에너지 비상대책을 강행해도 자동차 10부제 운행 등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에너지 절약대책은 가급적 시행 시기를 미룰 계획이다.
새 정부를 구성할 장관 인선 결과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조만간 각 부처 장관 후보를 10배수로 압축한 후 막바지 인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새 정부가 오는 25일 출범하는 만큼 일부 장관의 인선은 빠르면 이번 주에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우 미래 예측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남북간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4차 회의가 11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린다. 하지만 2억 달러 대북 송금사건이 쟁점으로 부각됨에 따라 경협 논의도 크게 진전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이번 주에는 소비위축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경제지표도 잇달아 발표된다. 산업자원부는 11일 1월중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발표한다. 13일에는 1월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가 나와 최근의 소비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길승 SK회장의 전경련 회장 취임을 계기로 차기 정부와 재계의 불편했던 관계도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 회장은 취임 후 “전경련이 새 정부의 정책을 보완하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최근 전경련과 자유기업원은 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치고 빠지는`식으로 공세를 펼쳐 왔기 때문에 손 회장 취임 후 전경련이 어떤 행보를 취할 지 관심을 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