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발생한 `인터넷대란`은 IT강국 답지 않게 인터넷 인프라 관리나 보안의식이 후진국 수준임을 말해준다. 이전에도 일부 사업자의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일부 사이트에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접속장애가 일어난 일이 있지만 국내 인터넷 서비스가 전면적으로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요일 오후였기에 다행이지 평일이었다면 은행 주식시장의 마비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을 것이다.
현재 국내 PC 보유비율은 60%를 넘어서고 인터넷 인구도 30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가구도 1000만에 이르는 등 인터넷은 이젠 국가의 중추신경으로 성장했다.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모든 활동이 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세계가 한국을 IT강국으로 인정하고 있고 우리도 자랑스럽게 여겨왔지만 사고가 나면 그만큼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이번 사고로 이러한 명성이 허상으로 비쳐지지 않을 까 두렵다. 물론 한국만의 사고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우리처럼 전국이 일시에 마비된 곳은 없었다. 한마디로 평소 인터넷을 즐길 줄만 알았지 인터넷 인프라 관리나 보안의식이 이를 따르지 못한데 큰 원인이 있다. 여기에 관계자들의 무사안일주의가 한 몫을 거들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고 발생하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꼴불견이었다.
이번사고는 웜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인터넷 운영의 중추인 도메인네임시스템(DNS)이 데이터 전송량의 과다로 다운되면서 시작됐다. 고도의 전문 해킹에 의한 것이라면 몰라도 이 같은 전송량 과다는 평소 대비만 잘하면 피해나갈 수 있다. 상위 DNS 서버의 다운에 대비해 백업 서버를 충분히 구축해야 하는 기본을 소홀히 한 것이 이번 재난을 키웠다고 할 것이다.
이번 사고로 입증됐듯이 좁은 국토에서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경우 상위 DNS 서버가 다운되면 전국이 마비되는 것을 면하기 어렵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DNS 숫자를 늘리는 등 분산시켜야 한다. 우리는 구로전화국에 예비 DNS 서버를 구축을 뿐이다. 이마저 대량 데이터 전송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국가의 기간시설인 DNS 서버시설이 이처럼 쉽게 무너졌으니 IT강국이란 이름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보화시대는 편리한 만큼 인프라 관리나 보안 등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미 단위농협과 은행의 현금카드 위조사건으로 우리의 낮은 보안관리 수준이 입증된다 있으나 이번 사고로 또 한번 먹칠을 했다. 관계자의 문책은 물론 피해보상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번 사고를 거울 삼아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금융전산망,국가관리전산망 등에 대한 예비서버 구축 등 인프라를 새롭게 다지고 관계자나 국민들의 보안의식을 제고하는 노력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