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재욱의 클럽피팅] 거리의 매력

지인 중에 드라이버 거리가 270~280야드 정도 나가는 호쾌한 장타자가 있다. 핸디캡이 줄어들면서 그의 고민은 싱글의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드라이버 OB에 관한 부분이다. 라운드 당 대략 2~3개 정도의 OB를 내니 70대를 치는 것은 요원한 일로 보였다. 그의 고민을 듣고 필자는 드라이버의 스펙을 바꾸기를 권유했다. 현 시점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드라이버의 거리보다는 안정성 내지는 페어웨이 안착률이었다. 피팅의 포인트는 ‘안정성’이기 때문에 거리는 좀 덜 나더라도 그의 터프한 스윙에 좀 더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는 강도의 플렉스와 토크가 보다 우수한 샤프트를 추천했다. 길이도 현재의 드라이버에서 약 0.5인치 정도 줄였다. 그 결과 그는 매우 만족해 했다. 거리는 대략 10야드 정도 줄었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이 좋아졌다. 물론 OB의 빈도수도 줄었을 것이다. 그 뒤로 OB를 내지 않는 라운드에서는 70타대를 종종 쳤다. 그런데 리모델링 된 드라이버와의 신혼의 단꿈은 불과 세달 정도 후에 파경으로 치닫게 되었다. 이유를 물으니 “드라이버가 다 좋은데 거리가 조금 덜 나는 게 불만”이라는 것이다. 사실 드라이버의 환상적인 거리는 모든 골퍼들의 꿈이다. 심지어는 거리에 대해서는 이미 초연했을 것 같이 느껴지는 프로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거리를 많이 내면서 방향성까지 월등한 제품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멀리 가면서 똑바로 가는 드라이버나 샤프트는 없다고 보면 된다. 클럽 피팅의 측면에서도 해당 골퍼의 어느 부분의 경기력에 중점을 두냐에 따라 샤프트의 선정도 당연히 달라지게 된다. 골퍼들마다 다른 스윙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거리’와 ‘방향성’의 ‘황금율’을 찾아 주는 것은 클럽 피팅, 또는 샤프트 피팅의 꽃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안정성만을 중시하면 거리의 불만을 토로하고, 거리 증대만을 중시한다면 싱글 골퍼들의 경우 방향성이나 안정성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다. 그러기 때문에 리샤프팅 작업은 클럽 피팅에서 가장 매력적인 작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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