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젊음이 희망이다


서울경제가 주죄한 '서울포럼2011'이 지난 28일 성황리에 끝났다. 미사여구가 아니다. 자리가 모자라 일부 학생들은 바닥에 앉아 기조발표와 패널 토론에 귀를 기울일 정도였으니 말 그대로 성황을 이뤘다. 이른바 포럼이라는 행사에 참가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VIP들은 VIP룸에서 격조 있는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 쓰다 포럼 시작 전에 이미 힘을 뺀다. 청중들은 어렵게 초청된 저명 학자들의 전문용어에 주눅 들다가 이내 지쳐 심드렁해지기 일쑤다. 팬미팅 행사장 된 서울포럼 '과학이 미래다:창의ㆍ융합ㆍ소통'을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2011은 달랐다.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의 최고 이벤트로 생각되는 멘토링 결연식은 포럼이 경륜과 학식의 유세장이 아니라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스타의 팬미팅 행사로 탈바꿈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10명의 국내 과학계 석학들은 이번 행사에서 모두 30명의 고등학교 영재들을 멘티로 뒀다. 결연식장에서 아이들은 마치 소녀시대나 티아라를 만난 듯 신기한 표정으로 석학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 영국 멘체스터대 교수는 앞서 벌어진 행사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진지한'은 완곡어법이요 사실은 과묵한 모습이었고 뭔가 '뚱'해 보였다. 그러던 가임 교수가 아이들이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사진 찍자고 하고 사인을 해달라고 조르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옆에 있던 랜디 올슨은 말 그대로 아이돌 스타 대접을 받았다. 어른들 생각으로야 노벨상 받은 사람이 가장 큰 인기를 모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교수에서 영화제작자로 직업을 바꾼 랜디 올슨이 압도적이었다. 랜디 올슨과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흥분해 있던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랜디 올슨이 그렇게 좋니?" "랜디 올슨이 쓴 '말문 트인 과학자'를 학교에서 교재로 쓰고 있는데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에요. 랜디 올슨은 제 우상이에요." 기자가 있던 만찬 테이블에는 마침 멘토인 금종해 고등과학원 부원장과 멘티 4명이 자리했다. 금부원장은 메인 음식인 스테이크에 앞서 나온 빵을 먹으면서 아이들에게 멘토로서 첫 지식을 전수했다. "얘들아 따라해봐. 좌빵우수" "그게 뭔가요?" "빵은 왼쪽에 있는 게 내 빵, 물은 오른쪽에 있는 게 내 물이야." 까르르 웃는 아이들과 함께 한 저녁 식사가 참으로 유쾌했다. 금 부원장은 앞으로 있을 멘토링 프로그램을 색다르게 운영해보고 싶다고 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과학의 특정 주제를 놓고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토론을 하는 의례적인 프로그램 대신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융합과 창조의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가 예로 든 것은 '삼국지가 과학을 만나면'이라는 주제다. 금 부원장의 전공을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수학자인 그는 대수기하학 분야의 중요 문제인 '유한표수체 위에서 정의된 K3 곡면의 사교 유한대칭군의 분류'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금 부원장이 혹시라도 자기 전공지식을 아이들에게 전수하겠다고 나선다면. 상상만 해도 골치가 아파온다. 아이들은 삼국지와 과학을 어떻게 만나게 해줄까.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이 바람을 일으키듯 기상을 조절하는 로봇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제갈공명이 설치해놓은 팔진도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구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 이끌 아이디어 창출 기대 아니다. 호기심 많고 총명한 아이들이 이런 저급한 수준의 아이디어를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한 상상의 보따리를 풀어낼 것이다. 진화생물학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과학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이자 문학"이라고 말했다. 시로 쓴 과학이 가능하듯 과학으로 풀어낸 삼국지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사뭇 기대된다. 이번 포럼에 초청된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은 패널 토론에서 "이렇게 젊은이들이 많이 참가한 포럼을 본 적이 없다"며 "젊음이 희망"이라고 외쳤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젊음이 희망이다. 그리고 그 희망을 서울포럼2011에서 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