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이 정부여당의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안 철회 방침과 관련, 8일 현 정부의 대학정책 등을 전면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서울대 입시안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서울대 입시안을 두고 벌어진 사회적 논란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번 파문에 대한 정부 및 정치권의 대응 방식과 정부의 공교육 및 대학교육 관련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공교육은 마땅히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교육의 문제를 사회적ㆍ정치적 문제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에 공교육의 문제가 더욱 심화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협의회는 지나간 한 세대에 걸쳐 누적된 교육정책의 오류가 낳은 결과가 지금의교육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대학입시가 교육불평등과 학력사회의 총체적 원인이라고보는 전도된 인식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정책을 집행하고 정치담론을 이끄는 정치인들이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한 대학교의 입시안을 두고 군사용어를 남발하고 `손을 봐야 한다', `조져야 한다'는 식의 폭력적 언설을 쏟아내는 것은 국정을 이끄는 막중한 위치에 걸맞지 않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대학은 국민이 지지하고 국가가 보호ㆍ육성하며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사회제도"라며 "정부여당은 계층ㆍ세대간 갈등 심화, 경제 침체, 민생 피폐, 사상 최악의 취업난 등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를 바로잡는 데 매진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대학 교수협의회 등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대학입시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다.
임상우 서강대 교수협의회장은 "아직 이번 서울대 입시계획 논란에 대해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본질적으로 `본고사'라는 단어를 둘러싼 `언어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행 주체인 대학은 `논술고사'지 `본고사'가 아니라고 밝히는데도 주변사람들은 이를 `본고사'라고 하니 국민들은 동요하게 되고, 또 정부는 국민이 동요하니 대학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수능시험과 내신만으로는 도저히 학생을 선발할 수 없어 통합교과형 논술을 도입해 학생선발의 변별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눈감고 학생 뽑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서울대의 입장을 지지했다.
권오웅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연세대 교수들의 여론이형성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교수평의회 이름으로 성명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다만 개인적으로는 국공립대학은 공공기관이니 국가가 관여하는 것이 맞지만 사립대는 사적인 기관이므로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말했다.
고려대 교수평의원회 의장인 배종대 교수(법학)는 "서울대와 교육부가 싸우는데우리가 왜 끼어들겠느냐"고 말해 성명 발표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전국교수노조는 이날 `앞뒤가 안 맞는 교육정책과 국민을 배신한 국립서울대학교'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교육당국과 서울대를 싸잡아 비판했다.
교수노조는 "대학교육은 출혈경쟁을 강요하면서 중등교육은 평준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이를 조화시킬 입시정책을 찾기는 어렵다"며 "우리 사회의 다른 부문들이개혁을 향하고 있으면 교육부문도 큰 틀에서 개혁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jlove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양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