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 업체들도 마케팅기법 벤치마킹

성공신화의 비밀 <하> 끝없이 배우고 새롭게 시도한다<br>'CLM'등 경영혁신 시스템 美기업에 잇단 수출<br>경영진들 신사업 연구 지구촌 수시로 순례


"현대캐피탈은 GE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서로 배우고 지식을 공유하는 파트너입니다."

GE그룹 금융사인 GE캐피탈의 한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중순 서울 여의도의 현대카드ㆍ캐피탈 본사를 찾아 정태영 현대카드ㆍ캐피탈 사장에게 건낸 말이다.


GE캐피탈은 40여개국에 진출해 5,890억달러의 자산을 굴리며 GE그룹 연간 순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돈을 벌어들이는 금융계의 공룡. 이런 대기업의 경영자가 세계 유수의 수많은 파트너 기업 중 유독 현대카드ㆍ캐피탈을 콕 짚어 유일한 '배움의 파트너'라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점을 지난 2월로 돌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장소는 일본 도쿄. GE가 전세계에서 자사의 1% 이내에 드는 본사 및 아시아 지역 임원들을 한데 모은 행사에서 버나드 반 버닉 현대캐피탈 부사장이 갑자기 연단 앞에 나섰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15분에 걸쳐 현대카드ㆍ캐피탈의 마케팅 혁신을 통한 경영 성공 사례를 동영상 등과 함께 소개했다. 동영상은 현대카드ㆍ캐피탈이 지난 수년간 매년 국제적 문화ㆍ스포츠 스타를 초청해 연 대형 콘서트, 스포츠 행사(슈퍼콘서트 및 슈퍼매치 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경영을 자랑하는 GE였지만 이 영상을 본 주요 경영진은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소비자보다는 기업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온 GE로서는 금융회사가 콘서트 등을 열고 대중적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생각을 미쳐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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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GE는 현대카드ㆍ캐피탈로부터 다채로운 마케팅ㆍ경영기법을 배워갔다. 고객의 소비 패턴과 실적, 생활방식 등을 수백 가지 기초자료를 이용해 분석하고 마케팅전략을 짜는 'CLM(고객 라이프사이클 관리기법)'은 그 대표적인 사례. 현대카드ㆍ캐피탈 실무자 40~50여명이 매달 모여 영업전략과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해 이견을 조정하도록 한 협의체인 '포트폴리오 퀄리티 리뷰'시스템도 GE로 수출된 경영 혁신 사례다.

GE뿐 아니다. '포춘'지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로 꼽힌 새스(SAS)도 최근 현대카드ㆍ캐피탈을 방문해 혁신경영을 배워갔다.

현대카드ㆍ캐피탈이 이처럼 세계적 벤치마킹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끝없이 배우고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시도한 결과다.

정 사장은 매년 평균 두 달 이상을 지구촌을 돌아다니며 새 경영화두를 얻는 데 투자한다. 최근에는 GE의 크로톤빌연수에 참석하고 있는데 이 연수가 끝난 뒤에는 곧바로 다른 국가를 돌며 신사업 연구를 할 예정이다. 이 회사 임직원도 금융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의 '캐피털 원'으로 최근 벤치마킹을 위한 출장길에 오르는 등 일명 '인사이트 트립(Insight Trip)'이라는 이름의 선진경영 연구 순례를 수시로 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미국의 SAS로도 인사이트 트립이 잡혀 있다.

이 회사 정인구 이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우리 회사의 특성에 맞춰 재창조하기 때문에 거꾸로 해외 선진 기업들에 가르쳐줄 수 있는 독자적인 경영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런 혁신의 철학 없이 그저 잘나가는 회사의 제도를 베끼는 수준의 벤치마킹은 혁신이 아니라 '짝퉁경영'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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