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자금 잡기

삼국지(三國志)의 백미(白眉)는 적벽대전이다. 제갈공명이 한나라의 100만 대군을 격파하고, 조조를 잡는 계략이 독자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제갈공명이 완벽하게 적벽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울철에도 특정기간에는 동남풍이 분다는 천시(天時)와 적의 도주로를 손금 보듯하는 지리(地理), 조조의 마음을 읽는 혜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갈공명이 다시 살아나, 요즘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는 부동자금을 잡는다면 어떤 방법을 쓸까. 적벽에서와 마찬가지로 천시(세계경기)를 읽고, 지리(국내경기)를 살피고, 조조(부동자금)의 마음을 읽으려 할 것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동반 디플레 우려가 커질 정도로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다만, 세계의 성장엔진인 미국은 겨울철 동남풍 같이 비록 달러약세에 기댄 것이지만 유일하게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경제는 수출ㆍ내수ㆍ성장 전망이 모두 먹구름에 싸여 있다. 중소기업은 평균가동률이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청년실업자는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자금은 갈수록 늘어나 400조원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왜곡된 자금흐름을 바로 잡기 위해 초강력 부동산 억제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마치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나오는 식으로 부동산으로 뭉칫돈이 몰려다니고 있다. 상당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서슬퍼런 칼날(부동산 대책) 때문에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부동산에 몰린 돈이 쉽게 증시로 옮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부의 5ㆍ23 부동산 대책발표 이후 고객예탁금고 주식형펀드 등 증시주변자금이 1조3,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증권시장으로 돈이 흐르도록 하려면, 주식투자가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주가는 경기를 선반영한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확신이 서면, 주가는 오르게 되어 있다. 주가가 오른다는 믿음이 생기면 돈은 증권시장으로 들어온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키로 하고, 대통령은 “부동자금을 증시로 적극 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증권사들은 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한 `범국민 캠페인`에 나설 예정이며, 기업들도 하반기 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조조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도 조조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증권부 채수종 차장 sjcha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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