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월 급감후 2월 소폭 증가, 2금융 생활자금 수요가 추세 지속 복병될 듯

늘기만 하던 가계대출 흐름 바뀌나<br>주택대출 증가세 멈추고 신용대출은 2900억 줄어<br>이달에도 변화 이어질땐 은행 자금운용 걱정할 판<br>저축銀등 기타대출 5조 급증, 부채 연착륙 여부 아직 불투명

국민은행의 한 영업점에서 대출을 위해 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하고있다. 급증세를 이어가던 가계 대출이 올 들어 정체 상태에 들어서면서 가계 대출 흐름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은행



은행의 지난 1월 가계대출이 2조8,000억원이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 당국이나 시중은행장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월이나 3월까지의 추세를 봐야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혔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2011년 1월이나 2010년 1월에도 은행의 가계대출은 각각 1조원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2월부터는 곧바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중은행의 A은행장은 "1월 가계대출 감소는 계절적 요인,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 등이 작용했던 때문으로 판단했던 만큼 2월이나 3월까지의 추세를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은 어떨까. 은행 가계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 등 5대 시중은행의 2월 가계대출 잔액은 303조7,869억원으로 1월 말보다 1,39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6일 "가계의 대출 수요가 줄고 있는 게 창구에서 감지된다"면서 "자금운용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 대출 흐름이 변하고 있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장기간 이어져왔던 증가 일변도에 확연하게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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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에 미세한 긍정신호=올 2개월간 가계대출은 '1월 대폭 감소, 2월 소폭 증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예년과 확연히 차별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1월 가계대출은 1조원 감소했지만 2월에는 바로 2조2,000억원 늘었고 3월도 1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고 지속되자 금융감독 당국은 급기야 지난해 6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는 달랐다. 1월에 3조원 가까이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2월에는 1,000억원(5개 은행)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은 2,278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은 되레 2,959억원이 줄었다. 다른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은 "가계대출이 지난해 초와는 확연히 다른데 무엇보다 가계대출의 71%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멈췄다는 것만 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는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부장도 "추세를 좀 더 봐야겠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가계대출은 확실히 줄었다"면서 "3월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은행권은 자금운용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금융 생활자금 대출 증가세가 복병=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줄거나 정체되고 있지만 가계부채의 연착륙 가능성에 힘을 싣기가 어려운 것이 생활자금 대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지난해 하반기 대출 받은 가계에 대한 수요조사를 해본 결과 32.2%가 은행에서 새로 대출을 받거나 기존 대출을 만기 연장한 이유가 생활자금 조달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소득 여건이 나빠지자 생활자금용으로 대출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생활자금 수요가 늘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기타대출은 지난해에만 12조5,000억원 늘었는데 4ㆍ4분기에만 4조9,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통장 등의 대출을 의미하는데 긴급 생활자금 수요가 대부분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만 놓고 볼 때 가계대출 증가는 확실히 잡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하지만 2금융권까지 확대할 때는 다르다. 무엇보다 생활자금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자금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회복이 선행돼야 하는데 세계경제 불안과 고유가 등의 여파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 한동안 가계대출 불안 요인은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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