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25일] 공기업 CEO의 자격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부 산하 공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물갈이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국내 최대 공기업이자 공모제 활성화 대상기관인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CEO 후보자 5명이 모두 내부 출신이라는 점을 적격자 부재 사유로 들어 재공모하기로 의결했다고 한다. 한전의 경우 국제유가 급등세 지속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최근 발표된 2007년 공기업ㆍ준정부기관 경영실적평가 결과에서 14개 공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실적에도 한전 CEO 후보자가 내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재공모하기로 한 의결은 전력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공기업 기관장 재공모 결정은 공기업 내부 출신이 CEO로 선임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경영학에서 정의하고 있는 CEO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지만) 리더십을 발휘해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면서 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CEO는 외부의 변화를 인지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변화를 기업경영에 반영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경영능력이 요구된다. 공기업 CEO의 역할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해 주주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일반 사기업 CEO와는 다른 기준을 필요로 한다. 우선 해당 공기업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CEO의 자격도 달라지게 된다. 한전의 CEO는 무엇보다 국내시장에 대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전력산업의 유ㆍ무형 자산을 최적으로 활용해 전력산업의 해외수출 같은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과 역량을 소유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한전의 CEO는 내부 출신과 외부 인사가 누가 더 적정한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내부 출신은 복잡한 전력산업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공기업의 특성상 외부의 변화에 대해 수동적이라는 단점이 제기된다. 반면 외부 인사는 외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개혁이 필요할 경우 이를 능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전력산업의 내부구조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전력산업 현안에 대한 전문지식의 부족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CEO 선임과 관련해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간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기업의 성과는 CEO의 의사결정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급변하는 경영여건하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조직과 그 기업이 속한 산업환경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인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그들만의 독특한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GE의 경우 잭 웰치가 떠나면서 내부 출신인 제프리 이멜트를 후계자로 지명했는데 외부 출신은 복잡한 GE 사업을 이해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낭비됨을 그 이유로 들었다. 현재 전력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를 보면 정부는 원래 전력산업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최근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민영화 대신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대신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해외시장 진출을 전력산업의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관점에서 내부 출신 CEO가 외부 출신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발전 자회사에 다수의 민간 출신들이 CEO를 역임했지만 그들의 성과는 예상보다 훨씬 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력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복잡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외부 출신이 전력산업의 CEO로 결정될 경우 그 구조를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셍게 MIT 교수는 그의 유명한 ‘학습조직론’에서 조직의 행위결과는 그 시스템의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공기업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는 민간 출신 CEO를 주장하기보다는 운영 시스템의 구조를 바꾸는 데 더 많은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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