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7일] 정부의 설레발, 車시장 두 번 죽인다

지식경제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내린다고 한 지 16일로 벌써 13일째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매를 미루고 있다. 출고가격 기준으로 배기량 2,000㏄ 이상은 출고가의 10%, 2,000㏄ 이하는 5%가량 세금이 낮아지면 차를 최고 200만원가량까지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이 내린 뒤 다시 주문하겠다”는 계약 취소까지 잇따르고 있어 최근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일산에서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모 소장은 “정부가 세금을 인하한다는 뉴스에 차 팔기가 더 어려워 졌다”며 “곧바로 시행하지도 못할 거면 아예 얘기를 말았어야 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전세계 정부는 ‘자동차산업 구하기’에 혈안이다. 미국 정부는 ‘빅3’에 대해 최고 400억달러까지 애초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프랑스 양대 자동차 회사인 르노와 PSA 푸조-시트로앵을 지원하기 위해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너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프랑스 자동차산업 구제를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됐다”고 의지를 확고히 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경부는 개별소비세 감면에다 경유차에 대한 환경부담금 폐지 등 감세안 등 달콤한 제안으로 자동차시장을 비롯해 주식시장까지 쥐고 흔들었다. 그 제안이 현실화되기만 한다면야 조금쯤 참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제를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추가적인 세제혜택이 어렵다”고 한 이상 시행여부는 요원해보인다. 대체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섣불리 지원책부터 발표했다가 되레 자동차시장에 독만 주입한 셈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내수시장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며 “시장이 다급한 만큼 일단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지원책이라도 속히 결정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특단을 기대하는 자동차업계는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