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링컨 암살범 그 처절했던 12일간의 도주

■ 맨헌트 ■ 제임스 L. 스왓슨 지음, 행간 펴냄<br>사살 되기까지의 과정 소설 형식으로 박진감있게 그려<br>"그는 평범한 대통령 링컨을 美영웅으로 만들었다"


▲부스의 수배 전단에 사용된 초상화

▲부스가 최후를 맞이한 버지니아주의 한 농가 헛간.경비병들이 부스를 포위한 뒤 헛간에 불을 붙였다.

‘세상이 우울해? 그럼 대통령을 쏴.’ 이 도발적인 내용은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암살자들(Assassins)’의 광고 문구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에게 총구를 겨냥한 9명의 암살자들을 다룬 이 뮤지컬은 왜 대통령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암살자들의 시각에서 다뤘다. 막이 오르면 등장하는 첫 번째 인물, 존 윌크스 부스. 1865년 워싱턴 D. C.의 포드극장에서 링컨 대통령을 총으로 살해했다. 그는 링컨 살해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링컨은 전 국토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60만 명의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죽인 잔인한 독재자였다.” 국가적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며 절규하는 그는 자살로 생애를 마친다. 공연에서 세련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 당당히 죽음을 맞이한 걸로 묘사된 존 윌크스 부스는 미화된 부분이 적지 않은 모양새다. 변호사이자 링컨 연구 전문가인 저자가 편지, 재판기록, 진술서, 신문, 회고록 등 각종 문헌을 참조해 책에서 부스를 되살려냈다. 링컨 암살 당일부터 부스가 죽음을 맞이한 날까지 소설의 형식을 빌려 박진감 넘치게 구성된 게 특징. 책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작가의 해설도 사건 이해를 돕는다. 책은 부스가 링컨의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해 듣는 걸로 시작된다. 얼굴이 꽤 알려진 유명 배우 부스는 1865년 4월 남부 연방군의 수도 리치먼드가 북군에 의해 함락되자 목표를 수정한다. 그는 몇 달 전까지 링컨을 납치해 전쟁을 끝내려 했었던 것. 그는 링컨 납치 모의를 한 동료들을 이용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링컨 대통령, 앤드류 존슨 부통령, 헨리 수어드 국무장관을 동시에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어수룩한 동료들은 존슨 부통령과 수어드 국무장관 암살에 실패했으나 그는 공연 몇 시간 전부터 극장에서 치밀하게 작전을 짠 덕분에 링컨 암살에 성공한다. 링컨 암살 사건은 의외로 책의 전반부에 끝이 난다. 책의 진가는 이제부터이다. 부스의 고루하고 비참한 12일 간의 도주 과정을 재구성해 내면서 부스의 심리를 읽어낸다. ‘나는 결코 살인을 저지른 것을 후회할 수 없다. 우리 조국의 모든 문제는 그 사람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처벌하기 위한 도구로 나를 선택했을 따름이다.’(295쪽) 부스는 남부 연맹이었던 버지니아주까지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 농가에서 기병대에 포위돼 사살됐다. 부스는 신념을 위해 자살한 인물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쳤던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저자는 1903년 ‘존 윌크스 부스의 도주와 자살’이라는 허구의 소설이 유포되면서 부스가 당당히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한다. 책 말미에 남긴 저자의 부스에 대한 평가. ‘그는 미국의 영웅이 되지 못했고, 아이러니하게 암살을 통해 평범한 대통령 링컨을 미국의 영웅이 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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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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