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10배 크기…국내 최대 자연늪<br>다양한 생태·경관 보려면 3·4코스가 좋아
| 갖가지 물풀들이 우거져 있는 우포늪을 한 어부가 쪽배를 타고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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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빛 자운영이 펼쳐진 우포늪은 봄의 절정을 보여준다. /사진=창녕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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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창녕 우포 "하늘마저 늪에 빠졌구나"
축구장 210배 크기…국내 최대 자연늪다양한 생태·경관 보려면 3·4코스가 좋아
창녕=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갖가지 물풀들이 우거져 있는 우포늪을 한 어부가 쪽배를 타고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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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빛 자운영이 펼쳐진 우포늪은 봄의 절정을 보여준다. /사진=창녕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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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의 우포늪은 누군가의 표현대로 몽환적이었다. 1억년 전 원시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이름 모를 나무와 수초들은 새벽 이슬에 촉촉히 젖어 있고 뿌연 물안개 위로 살포시 자태를 드러낸 수면은 어떤 조그만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을듯했다.
철새들의 자맥질 소리만 간간히 고요한 적막을 깨는 이곳에서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희다 못해 푸른 새벽 물 안개를 뚫고 조각배를 탄 한 사공이 늪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그제서야 타임머신을 타고 현실로 돌아온 듯 정신이 번쩍 든다.
1억 4,000만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 늪은 지난 98년부터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우포늪은 경남 창녕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ㆍ옥천리, 유어면 대대리ㆍ세진리에 걸쳐 있는 국내 최대의 자연늪으로, 우포ㆍ목포ㆍ사지포ㆍ쪽지벌 등 4개 습지로 이뤄져 있다.
사람들은 한때 습지를 '쓸모 없는 땅'으로 여겼다. 건물을 지을 수도, 그렇다고 개간을 해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어 버리게 된 땅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로부터 오랜 세월 버려진 외면의 역사가 습지에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습지는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벗어나 계절에 따라 옷을 입고 벗고 숨을 쉬면서 태곳적 모습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원형 그대로의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습지는 새삼 세상의 사랑을 받게 됐다.
우포늪의 옛 명칭은 소벌이다. 이 일대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소의 목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소목'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소가 마시는 벌'이라는 의미로 '소벌'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목포늪도 한국전쟁 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가 나무 땔감을 가져오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지역민들에게는 나무벌이라는 옛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오랜 기간 생명을 이어온 우포늪은 축구장의 210배 크기인 231만㎡의 광활한 늪지로 수많은 동식물들에게 먹거리와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우포 늪은 사계절 내내 특별한 볼거리를 전해준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면 늪 주변엔 지루한 추위를 이겨낸 버드나무가 힘찬 녹색 생명을 움틔우고 겨울 철새들의 분주함이 사라진 곳에선 자주빛깔의 자운영이 축제를 벌인다. 노랑어리연과 흰제비꽃 등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늪 속에서는 개구리 알이 부화를 시작한다.
6~8월 사이 여름이면 우포늪은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일대 장관을 이룬다. 갖가지 물풀들이 우거지는 한편에서는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1997)로 지정된 보라빛 가시연꽃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가을에는 어른만큼 키가큰 갈대가 황금빛 자태를 뽐내고 겨울에는 온갖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우포늪은 워낙 넓어 제대로 보려면 하루 해가 짧은데 ▦세진주차장~대대제방~전망대를 잇는 1코스(왕복 1시간) ▦세진주차장~대대제방~배수장 뒤편~토평천~사지포제방으로 이어지는 2코스(왕복 3시간) ▦지방도 1,080호선~장재마을~소목마을~주매제방~지방도 1,080호선으로 연결되는 3코스(왕복 2시간) ▦지방도 1,080호선~우만마을~가마골마을~목포제방~쪽지벌을 잇는 4코스(왕복 2시간) 등 4개의 탐방 코스로 나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1, 2코스는 우포늪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대신 늪지 특유의 오밀조밀한 맛을 느끼기에 부족하다. 우포늪의 속살을 제대로 관찰하려면 3, 4코스가 제격이다.
3코스의 경우 장재 마을에 들어서 기러기와 오리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는 목포를 오른쪽으로 끼고 작은 길을 따라 가면 우포자연학습원과 배를 띄우는 곳이 나온다. 인기척이 들리면 놀란 새들이 훌쩍 날아 오른다. 살아 있는 습지의 느낌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4코스 가마골을 지나 목포를 왼쪽에 두고 길을 재촉하면 갈대 숲 너머 수면 위에서 철새들이 부지런히 먹이잡이를 하고 있다. 비포장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목포제방이다. 우포와 목포, 쪽지벌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송미령 문화관광해설사는 "쪽지벌은 몇 겹의 흙과 풀로 덮여 있어 밟으면 마치 카펫 위를 걷는 것처럼 푹신하다"며 "방문객들에게 우포에 올 땐 맨발로 오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엄격하게 환경 보전을 하고 있는 우포늪 주변에는 식사를 할 만한 음식점은 거의 없다. 주매마을 인근에 가면 붕어찜, 붕어회, 매운탕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몇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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