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사태 이후 잠잠했던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방폐장) 건설 문제가 다시 핫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부가 차일피일 미뤄오던 방폐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 일정 및 내용을 오는 9일 발표하고 11월 말까지 지역선정을 마무리하기로 방침을 굳혔기 때문이다.
현재 방폐장 사전부지조사를 신청한 지자체는 5개(경북 경주, 영덕, 울진, 포항, 전북 군산)로 이들을 포함해 10여개 지역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중 주민수용성이 높은 군산과 경주가 유력하다는 예상마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핵단체를 중심으로 부안사태 촉발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이 강경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민투표가 실시될 10월을 전후로 찬반여론 사이에서 제2의 부안사태가 불거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31일 “6월9일 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 절차 및 내용을 공고할 예정”이라며 “주민투표와 심사를 거쳐 11월 말까지 유치지역을 선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는 주민투표 공고를 내면서 부지선정기준, 방폐장 유치지역 세부지원 내용, 사전부지조사 중간결과 등도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 잠정 결정된 방폐장 유치지역 선정일정에 따르면 9일 공고가 나가면 각 지자체장은 여론수렴 및 지방의회 등과 협의를 거쳐 산자부 장관에게 주민투표 의사를 밝히게 된다.
이후 지자체는 약 2개월 동안 공개토론회, 주민 시설견학 등 여론수렴 절차를 다시 거치고 지방의회를 통해 주민투표 실시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에 또 2개월이 소요돼 주민투표는 10월께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면 방폐장 부지선정위원회는 약 1개월 가량의 심사를 거쳐 11월 말 최종부지 선정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방폐장지원특별법이 발효돼 유치지역에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방폐장 운영수입 지역배당 등 각종 특혜가 돌아갈 것으로 알려지자 지자체의 유치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사전부지조사를 신청한 5개 지역은 해당 지자체장 등이 이미 상당한 물밑작업을 벌이며 여론조성에 나섰으며 강원 삼척, 전남 영광 등 3~4개 지자체도 주민투표 신청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역주민의 호응도가 높은 군산 비응도는 지질 시추조사까지 마치며 앞서나가고 있고 경주 역시 단체장과 지역의원 및 주민들의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는 이들을 유력후보지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주민반대와 시민단체의 강력저지는 명약관화한 상황이어서 방폐장 건설 대장정의 시계는 제로에 가깝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지만 성공확률은 반반”이라고 인정했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는 “부안사태 이후 정부가 ‘방폐장 및 원전문제에 대한 사회적합의 도출’이란 약속을 깨고 방폐장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강력 저지할 것”이라며 제2의 부안사태를 경고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