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중국은 월街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다?

■ 월스트리트의 반격 (류쥔뤄 지음, 에쎄 펴냄)<br>"곧 세계 1위 경제대국 될 것" 중국인들 환상에 빠졌지만<br>알고보면 美시나리오의 일부 주도권은 여전히 그들 손에


세계 최대의 수출국, 세계 3대 경제대국, 세계 인구의 4분의 1…. 지난 1978년 '개혁개방'으로 국가의 방향을 튼 후 욱일승천의 기세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현주소다. 골드먼삭스는 오는 2027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을 '질주하는 붉은 용'으로 보는 대체적인 시각과 달리 미국의 철저한 시나리오 안에서 움직이는 '작은 용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경제학자도, 금융계 종사자도 아닌 중국의 1세대 주식 부자로 민간 경제분석가인 류쥔뤄(劉軍洛)는 "중국이 미국을 곧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이 준 '마약'을 먹고 환각에 빠진 중국인들의 자기도취적인 현실 인식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류쥔뤄가 내놓은 분석과 전망은 명료하고 정확하다. '칼날 분석가'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그가 지난 10년간 내놓은 경제 예측들은 대부분 현실화됐다. 몇 년 전 중국 주가가 5,000포인트를 기록했을 때 주가가 2,000포인트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해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았지만 그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 맞았다. 지난 2007년 초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융 정책을 비판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야기될 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10년여의 연구를 집대성해 지난 6월 '납치된 중국 경제'란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중국이 전세계에 값싼 공산품을 제공하는 '생산기지'로 탈바꿈하는 동안 중국 내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식량이 세계 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중국의 농경지는 수많은 공장에 잠식되고 수(水) 자원은 이 공장을 유지하는 데 투입된다. 유전자 조작 작물로 대체된 중국의 전통 농업은 부지당 생산량을 늘렸지만 유전자 조작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전통 농법보다 10배나 많은 물이 소요돼 물 부족 국가가 된다. 반면 미국 정부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농업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전세계에 자국 농산물이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수 있는 구조를 지켜낸다. 결국 신흥개도국들의 미국에 대한 식량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 등 신흥국가는 쌀을 포기하고 공장을 선택하게 만든다. 비단 농업뿐 아니라 부동산과 금융 등 시장 전체적인 요소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 미국의 이해에 종속된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중국 경제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저자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읽고 주도해온 이들이 바로 미국 월 스트리트의 두뇌들이며 그들과 손잡은 법조인, 정치인들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중국은 시장 신호와 흐름을 무시한 채 월 스트리트에서 탄생한 '케인스주의'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미국이 만든 '게임의 룰'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도서사이트 '당당닷컴' 경제 분야에서 21주째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이 책은 중국과 미국 경제의 영향권을 벗어날수 없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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