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차 3사 「사활건 판매전」

◎“실탄은 충분하다… 걱정말고 고객에 돌진하라”/대우­「라노스」 무기로 “내년 점유율 역전”야심/현대­내수 50% 지키기, 체질개혁·이벤트 계획/기아­“올해는 우리것” 새 모델·공격경영 박차『「실탄」(자금)은 충분하게 확보돼 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회사를 믿고, 나를 믿고 뛰어달라. 돌격이 최선이다.』 대우자동차의 내수를 전담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 판매의 한 고위임원이 매주 판매실적이 우수한 영업소를 방문, 회식자리를 마련하면서 강조하는 말이다. 미국 GM과 결별한 뒤 최초의 독자모델로 「라노스」를 내놓은 시점에서 나온 말이라 해도 자동차 판매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비장함」과 앞으로 전개될 판매전쟁은 다음과 같은 말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드디어 시장제패의 기회가 왔다. 최고의 제품과 경쟁력으로 승용1위 목표를 기필코 달성하자.』 영업부문에 대한 「고무와 격려」란 측면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충격적이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시장제패」와 「승용 1위」란 대목이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대우의 시장점유율은 9월말 현재 24.8%다. 현대가 48.8%, 기아는 26.4%다. 대우의 점유율이 가장 낮다. 그런데 대우의 영업을 맡고 있는 책임자는 「꼴찌의 반란」을 스스럼없이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야심의 실현여부는 『과욕이다』는 현대나 기아, 『내년 하반기의 대역전을 지켜보라』는 대우의 주장만으로 판가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대우의 이같은 목표는 내년도 국내시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낮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업체가 정상을 꿈꾼다면 그 결과는 한마디로 「내것은 내것이고, 네것도 내것이다」는 제로섬게임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야 가능한 목표다. 이 목표를 향해 펼칠 대우의 공세에 대해 현대와 기아는 팔짱끼고 바라볼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 실제로 두 회사가 내놓은 목표는 대우의 야심에 대해 한치의 틈도 허용치 않고 있다. 현대를 보자. 현대에 있어 「내수 50%」는 지상과제다. 정몽규회장이 취임일성으로 내놓은 목표다. 이것은 올해의 목표만은 아니다. 삼성이 등장한 이후에도 유지해야할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이 목표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는 『어떤 경우에든 무이자 할부와 같은 과당경쟁은 하지 않겠다』(정회장, 박병재 사장)는 최고경영진들의 「결연한 의지」를 깨버린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는 재고가 내수에서만 4만대를 넘어서면서 판매부진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총체적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의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마케팅 강화 등 근본적 체질개혁 없이는 그동안의 절대적 시장점유율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는 말을 해왔다. 최근 현대가 한시적(6개월)이나마 관리직 사원들을 영업분야에 전진배치, 한달에 3대 판매를 의무화(고과에 반영)한 것이나 전임직원 대상의 할당판매를 수년만에 부활시킨 것 등은 현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 현대가 연말은 물론 대우와 기아의 신차공세가 더욱 강화될 내년에 취할 선택이란 명백하다. 총동원이다. 실제로 현대는 그룹 전체적으로 자동차판매확대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기아의 의지도 확고하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는 두가지 목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97년은 기아의 해』라는 영업부문의 97년 목표다. 두번째는 『생산 1백만대를 달성하자』는 내년 경영목표다. 두 목표의 공통점은 「어떤 경우든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아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이미 그룹차원에서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크레도스 재고가 쌓이자 간부들을 대상으로 『크레도스로 자가용 바꾸기』를 전개, 상당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10개가 넘는 새차(부분교체모델 포함)를 내놓고 전부문에서 총력전을 펴겠다고 강조한다. 물러설래야 그럴 여지가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부적으로는 대대적인 비용절감 운동을 보다 강도높게 추진하고, 외부적으로는 공격위주의 경영전략으로 선발과의 격차를 줄이고 후발의 추격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3사의 이같은 목표와 의지를 통해 볼 때 내년도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은 전례가 없는 경쟁양상을 보일게 확실시된다. 이는 ▲내수시장 증가의 정체 ▲휘발유가격 인상 등 수요억제책 ▲외제차의 시장공략 강화 ▲쌍용의 신규참여 등의 여러가지 악재까지 겹치면서 더욱 그렇다. 더구나 현재 승용 3사가 모두 공식, 비공식적으로 무이자할부를 할 정도로 판매가 부진하고 과다한 재고로 몸살을 앓는 상황인데다 이런 상황이 전통적인 비수기인 연말로 이어지면서 자동차 업체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는 곧 무차별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뜻으로 봐도 될 것이다.<박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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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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