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8월 9일] 한식을 세계화하려면

근자에 일본의 전통식품 스시가 세계음식으로 발돋움하고 있어 이에 자극 받은 우리나라에서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한식당의 해외 진출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부 교민이나 외식업자가 관여, 힘이 부족해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본격적으로 세계화를 이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우리 농산물로 만든 식품을 수출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루 이틀 안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식품은 다른 상품과 달라 소비자들이 생소한 식품을 선택하는 데 매우 보수적이며 그 나라의 식문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문화에 융합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그들의 문화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 틈새에 침투할 수 있도록 수출용 한식모델을 개발하는 등 세계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한식을 세계화할 것인가. 우선 한식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정립해야 할 것이다. 한식은 밥ㆍ국ㆍ김치, 그리고 각종 반찬류로 구성돼 있는데 수많은 종류의 밥과 국ㆍ김치, 그 밖의 반찬을 이루 다 포함할 수는 없다. 가장 대표적이고 외국인의 기호에 맞을 수 있는 것을 선정해 몇 가지 모델을 만들고 표준화하는 일이 이루어져 이것을 그 대상 지역에 맞춰 보급해야 할 것이다. 한식을 세계 각국에 침투시키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돼야 하겠지만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이미 세계화한 김치를 앞세워 한식을 홍보하는 방법이다. 김치에는 마늘이나 고추의 기능성 성분이 들어 있고 젖산 발효를 통한 기능성 있는웰빙 식품으로 이미 알려져 있으므로 김치를 포함한 한식을 웰빙의 콘셉트로 소비자들을 설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김치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고 김치 특유의 맛을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포기로 나오는 김치를 잘게 썰어서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문제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김치는 100년 전 김치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옛날 것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현대인의 입맛과 감각에 맞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변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나 외국인들에게는 맛과 형태를 과감하게 변형해 그들의 기호에 부합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브로콜리김치ㆍ미니롤보쌈김치ㆍ깻잎양배추말이김치 등은 이런 의미에서 종전의 전통 김치의 맛이나 형태를 과감하게 변형시킨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런 김치는 외국인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런 김치는 비단 한식은 물론 외국인의 식단에도 잘 부합해 앞으로 해외 보급이 기대된다. 지금 중국의 값싼 김치가 한국의 김치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원료에서부터 완제품이 되기까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수입산 김치에 비해 국내산은 원료에서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품질 관리되고 보장되지만 그만큼 값이 비싸 일반 식당에서는 값싼 중국산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위생적으로 안전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철저하게 관리되는 국내산 김치라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김치는 분명 한국이 종주국이다. 김치의 독특한 제조 비법은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저가의 중국 김치와 가격경쟁을 할 것이 아니고 품질 면에서 우수한 제품으로 세계를 제압해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국김치 축제 전시 및 체험행사에서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참여와 관심은 중국에 우리의 명품 김치를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의 기름진 음식에 김치가 부합할 수 있으므로 양념을 약간 조정하는 연구를 하면 충분히 한국 김치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 그리하여 값싼 중국김치보다 종주국인 한국에서 만드는 위생적으로 안전하고 고급 품질인 한국 김치가 값비싸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의 구매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김치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치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차별화한 명품 김치로 중국을 공략하는 것이 수출과 세계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한식의 세계화는 김치를 선발대로 해 나라마다 또는 권역별로 세계화 전담 팀을 구성, 공략한다면 보다 쉽고 빠르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각종 농산물의 수출을 위해 품목별로 협의체를 구성, 계열화 작업을 하고 있어 앞으로 발전적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하여 앞으로 체결될 FTA협상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 경쟁력을 높여 농민들의 사기를 진작시켰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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