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정경제원 오갑원 중소자금 과장(기고)

◎금융환경 변화 능동적 대응/지역경제 발전 큰 역할 기대/우수금고 중심 정책 차별화·규제완화도/공신력 제고·대형화 등 구조조정 필요성상호신용금고는 지난 72년 당시 사금융의 만연으로 문란해진 금융질서를 바로잡고 서민과 영세상공인들이 사채시장보다 싼 금리로 제도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금융양성화방안의 일환으로 설립된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의 하나다. 지난 1월말 현재 전국 2백36개 금고가 영업중에 있으며 총 30조원 규모의 서민금융을 담당하고 있다. 금고는 시·도단위 행정구역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지역금융기관으로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제의 시행에 따른 지방화시대를 맞이해 앞으로 지역경제발전에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금고는 그동안 만성적인 자금의 초과수요하에서 높은 수신금리와 상대적으로 간편한 대출절차 등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영업기반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최근 OECD가입 등으로 우리의 금융환경은 개방화·자율화의 급격한 변화를 거듭함에 따라 은행 등 대형금융기관이 우월한 공신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금고가 담당해온 서민금융분야를 잠식해감으로써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러한 어려움이 일과성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금융자율화의 진전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상당수의 금고가 개인소유형태로 운영됨에 따라 의사결정이 대주주 개인에 의해 좌우되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신용금고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호신용금고법(95.4)과 신용관리기금법(96.6)을 개정해 금고의 공신력을 높이고 불법·부실한 금고를 조기에 발견해 퇴출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힘을 기울여왔다.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고사고시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보전금을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상향조정하였으며 금고의 경영내용을 일반에게 공개토록하는 경영공시제도를 도입해 예금자가 거래금고를 감시하고 금고는 스스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제부터는 금고가 금융시장여건 변화를 극복하고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으로서 영세상공인과 서민의 자금지원에 기여할 수 있는 기관으로 성장하도록 발전방안이 마련돼야 하겠다. 업계 스스로도 그동안 규제금리와 자금초과수요하에서의 안일한 영업행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자구적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공신력의 회복이다. 금융기관은 그 특성상 신용을 생명으로 한다. 거래자의 신뢰야말로 금융기관 존립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금고는 빈번한 사고의 발생으로 공신력이 극도로 취약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정부가 마련해온 공신력 제고를 위한 제도를 엄격히 따르는 가운데 금고 스스로도 거래자의 신뢰를 얻기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금융환경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이익을 획득하거나 서민 등에 대한 틈새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틈새를 확보하지 못한 소형 부실금고의 퇴출과 금고간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하는 금고에 대해서는 점포 또는 취급업무에 대한 우대시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셋째, 차별화정책이 필요하다. 금고는 자본금이 4백40억원이 넘는 대형금고가 있는가 하면 2억원에 불과한 소형금고가 있다. 여수신규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다양한 금고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앞으로 금고정책은 경영이 우수한 금고를 중심으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규제의 대폭적인 완화가 필요하다. 금고제도의 도입 초기에는 사금융의 제도화를 위해 소유구조나 경영능력에 대한 특별한 제한없이 금고의 설립을 인가해 줌에 따라 대주주의 진횡에 의한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금고는 건전성규제 이외에도 사고예방차원에서 여타 금융기관에 비해 엄격한 규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최근의 금융자율화 상황하에서는 금고의 성장·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여건변화에 부응한 추가적인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 다섯째, 하부구조의 정비가 필요하다. 단위 점포별로 해당 영업구역내에서만 영업을 해야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의 금고를 단일 전산망으로 연결해 지역간 송금이나 예금의 입출금 등을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금융전산망과의 연계를 통해 지급결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업계의 자구노력이다. 정부가 금고업계의 발전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하더라도 업계가 스스로 지역에 밀착해 고객을 개발하고 금고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없이는 변화하는 환경속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특히 고객의 신뢰확보를 위한 노력과 함께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가는 자구노력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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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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