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박영훈은 기민했다

제10보(113~124)



흑이 13으로 밀고들어가자 이세돌은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얼핏 보기에는 흑의 무리인 것 같은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다. 이세돌은 여기서 15분의 시간을 투입하여 고심했다. 그리고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백14로 끊는 무시무시한 바꿔치기의 시나리오였는데…. 그가 읽은 것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백12였다. 이 코스는 흑이 정통으로 걸려든 그림이다. 분단된 상변의 흑대마는 살길이 없다. 이제 와서 흑A로 두면 백은 B로 받아주지 않고 곱게 연결할 것이 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실전보의 흑15는 기민한 수순이었다. 지금이라면 좌변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실전보의 백16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포인트는 참고도1의 백6과 흑7의 교환을 언제 하느냐 하는 타이밍이다. 놀랍게도 실전의 진행에서는 백이 그 수순을 치를 찬스가 없었다. "손해이긴 하지만 어쩌면 백이 좌변을 아예 포기하고 두는 게 나았던 것도 같습니다."(양재호) 그것은 참고도2의 백1로 잇는 변화를 말함이다. A로 내려서지 않고 이렇게 이으면 이제는 백B의 수단이 강력하게 되므로 흑도 2로 연결하지 않을 수 없으며 백은 3에 잇는 바둑이 될 것이다. 흑은 이때 좌변을 응수하지 않고 흑4 이하 8로 중앙을 경영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이 코스 역시 백이 이기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토진의 공통된 견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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