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변론 급증… 소비자 구제 막막

의뢰인 진정 하루 한건꼴 불구 ‘감독 사각지대’<br>수임제한 위반등 변호사 비리도 4년새 3배늘어




# 사례 1. “뒤늦게 소장과 준비서면을 읽어보니 제 사건의 앞뒤 내용이 맞지가 않아요. 소송에 진 이유가 변호사 때문이라니 분통이 터집니다(상담 의뢰인)” “요즘 변호사들이 대량 배출되다 보니 연수원을 갓 나온 변호사들 중 검증이 안된 분들이 상당 수 있습니다(서울변회 무료법률상담 당직 변호사) # 사례 2. “5,000만원 갖고 안돼요. 차장 검사 등 간부들하고도 술 한번 할려면 더 줘야해요. OOO지방검찰청 부장검사들은 대부분 내 동기예요(변호사)” “아. 네. 네. 알겠습니다(의뢰인)” 검찰이 최근 모 사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건 당사자로부터 제출받은 녹취록의 일부분이다. 그동안 변호사들이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하면서 현직 판ㆍ검사와의 교제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그 실상이 수사 과정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2000년대 들어 변호사 수 급증에 따른 법률시장 경쟁 격화 등으로 수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제비 수수 등 불법 비리 변호사부터 각종 부실 변론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뢰인)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브로커 알선료 지급 등 비리 혐의가 명확한 경우는 검찰에 기소되거나 감독기관인 대한변협의 징계를 받는 등 제재를 받지만 준비서면 미제출 등 최근 늘고있는 부실 변론 사례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부실변론 급증 변호사 수 급증 등에 따라 부실 변론이 늘어나면서 대한변협에 접수되는 의뢰인 진정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2년 219건이건 진정 건수는 2004년 319건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360건으로 뛰었다. 대한변협 정영현 심사과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 진정 건수가 급증하면서 최근에는 하루에 한건 꼴로 접수되고 있다”며 “이는 변호사 연 1,000명 배출 시대를 맞아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자격 미달의 초보 변호사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들 부실 변론 변호사들에 대해 취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재판을 변호사 때문에 졌는데도 불구하고 보상 받을 길이 막막한 것이다. 이들 대다수 부실변론 변호사들은 검찰에 기소돼 사법부의 심판을 받거나 대한변협의 징계를 받지도 않아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렇다고 법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부실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어렵다. 현재 국내에는 부실 변호사에 맞서 의뢰인의 대리를 맡는 변호사도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준비서면 미제출 등 부실 변호사 때문에 패소했던 한 소비자는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부실 변호사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며 “법조계가 못한다면 시민단체라도 나서 사전부터 부실 변호사를 골라내고 사후에도 이들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징계건수도 4년새 3배 이상 늘어 22일 대한변협에 따르면 2002년 15건에 머물던 대한변협의 변호사 징계 건수는 2005년 34건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에는 38% 늘어난 47건을 기록했다. 아직 징계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징계가 청구돼 있는 건수도 이미 43건(2006년 기준)에 달하고 있다. 2006년 징계 심사 대상인 비리의 유형을 보면 수임제한 위반이 8건을 기록했다. 수임제한 위반이란 판ㆍ검사 등 현직 재직시 재판을 진행했거나 수사중인 사건을 법복을 벗은 후에 변호사로서 당사자로부터 수임하는 것이다. 불법 브로커를 통한 알선료 지급도 8건으로 수임제한 위반과 함께 가장 많았다. 이밖에 교제비 명목의 금품수수(4건), 품위유지의무 위반(4건), 광고규정 위반(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