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전략적으로 설득하자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주요 언론들에 한국에 관한 기사가 거의 매일 크게 보도되고 있다. 물론 짧은 시기에 한국에서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만한 주요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이에 따른 한미 주둔군 협정(SOFA) 개정 촛불 시위, 대통령 선거전에서의 대미 이슈, 북한의 핵개발 문제, 재벌의 개혁에 관한 사항 등 모두가 미국 언론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국 3대 방송과 CNN, 그리고 뉴욕타임스ㆍ워싱턴포스트ㆍ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의 보도내용과 흐름이 한국에 대체로 우호적이지 못했다. 이곳에서 미국 언론을 접하다 보면 한국 국민은 모두 미국을 싫어하고, 배척하고, 한국은 과거 어려웠을 때 도와줬던 우방국의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나라라는 느낌마저 갖도록 좀 과장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언론의 힘이 워낙 막강한 미국이기에 이러한 보도가 수 개월째 계속되면서 미국 내 여론과 정부나 의회의 반응이 자못 걱정스럽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사실을 보면 이런 걱정이 현실화되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나 떨어뜨려 한국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하고 있다. 또 한국으로부터 물건을 사고 있는 바이어들의 고민은 커져 가고 있다. 한국의 경쟁국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부풀려 부추기는 것은 물론 미국의 바이어들이나 한국계 미국인들도 직장 상사들이 한국에 대해 던지는 물음에 대답이 궁색하다고 한다. 한국의 안보가 걱정이니 물건이 적기에 들어 올 수 있겠는가, 한국 내 반미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대도 변함없이 한국에서 상품수입을 고집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들이다. 투자가의 입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투자한 돈을 유지할 것인가. 세계 여러 투자대상국 중에서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발전성을 기대하고 한국에 투자했는데, 근자에 전개되고 있는 사태들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러한 일이 생길 때 우리의 대책은 단기와 장기로 나눠 강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민간이 나서서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대화를 하고, 언론인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우리의 입장을 전하고 설득해야 한다.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게재하고 반미세력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다수가 아니고, 한국민의 다수는 미국에 우호적이란 사실을 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이만큼 성장했으니 국가간 관계를 좀 평등한 관계로 개선하자는 입장을 냉정하고 단호하게 전달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성실히 이해시켜야 한다. 한국의 실상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미국의 사회 지도층에 우리의 생각과 입장을 알리기 위해서는 잘 다듬어진 조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접근 방법으로 소위 미국사회의 밑바닥(grass-root)으로부터 한국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우호적이며 긍정적으로 미국에 심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 다양한 로비를 할 수 있는 유리한 갖추고 있다. 즉,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대변할 우호 세력이 미국에 뿌리 깊게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우정과 협조를 받아내서 한국을 도와 주도록 하는 전략과 접근방법을 잘 마련해야 한다. 먼저 많은 한국전 참전용사와 한국 주둔 경험이 있는 퇴역 군인들이 친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의 친절과 우정, 그리고 근면을 높이 사고 있으며, 군사적 대치상황 속에서 이뤄낸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또 국제 결혼을 통해 한국인을 아내나 남편으로 맞이했거나, 한국 어린이를 입양해서 키운 미국인 가족들은 스스로를 한국인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발전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친밀한 감정을 가지며, 한국인과 함께 어울리려고 한다. 게다가 이민 100주년을 걸쳐 미국에는 200만에 이르는 한국 동포들이 있다. 이민 1세대는 생활 터전 잡기에 정신이 없고 언어 문제도 있었지만, 1.5세나 2세들은 사회진출이 아주 활발하고, 이들의 활동범위가 미국 주류사회의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에 힘입어 일류 대학을 졸업해 전문 분야에서 약진하고있는 젊은 코리안 아메리칸을 미국 어느 곳에서든지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내에 있는 엄청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미국내 수 많은 친한 인사들과 힘을 합쳐서 국가 이미지와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의 입장과 생각을 전달하는 일은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 각계 각층에 접근해 나갈 때 가능하다.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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