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용허가제 시범 실시 바람직하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전면시행에서 시범실시로 방침이 바뀌게 됐다. 청와대와 여당 협의회는 논란을 빚고 있는 고용허가제와 관련, 전면시행 방침을 유보키로 결정하고, 일부 특정업종을 선정해 시범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 하반기중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일부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될 전망이다. 고용허가제가 재계와 노동계간에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한 요인이 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융통성 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고용을 희망하는 기업은 당국으로부터 고용허가를 받고,외국인은 노동허가를 받아 취업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외국인은 내국인 근로자와 같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등의 시비를 잠재우고 불법고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우리의 경제구조는 고려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반발해 왔다. 우선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노동 3권의 보장으로 집단분규의 발생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반대는 가히 `결사적`이라 할만하다. 기협중앙회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가 시행될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1인 당 월 평균 37만2,000원이 인상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수생 월급 93만6,000원에 내국인 근로자와 똑같은 상여금ㆍ퇴직금ㆍ국민연금ㆍ연월차 수당 등을 지급할 경우 130만8,000원으로 오르게 된다는 계산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은 내국인의 76%에 불과하다”고 지적, 이들을 내국인과 같은 대우로 해주라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고용허가제는 재계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여기저기서 제기돼 왔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비교적 관대한 독일과 프랑스는 이 제도 도입으로 불법체류자가 증가,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지구촌 시대에 노동시장 개방도 흐름이라고 하지만 선진국과 함께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본도 경제대국이라고는 하지만 산업연수생과 같은 연수기능 실습제도를 운용하고 있을 뿐 고용허가제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내 실업률이 위험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래 최악이다.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 문제 등 대외적인 요인은 불확실성으로 우리를 한층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불안한 상황 속에서 고용허가제는 긁어 부스럼이나 마찬가지다. 고용허가제를 유보하고 특정업종에 대해 시범 실시키로 한 것은 잘 한 조치다. 전면시행에 앞서 시범실시 결과를 충분히 검토, 이를 시행해도 늦지 않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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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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