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복지부동인가 배짱인가

경제부 현상경기자 hsk@sed.co.kr

혼동이 뻔하게 예상되는 데도 팔짱을 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찌할까. 더욱이 그들이 공직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세상에 그런 일이 있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불행히도 그렇다. 재정경제부의 일부 공무원들 얘기다. 우선 18일자 조간신문을 살펴보자. 10개 신문에 ‘계약서가 없더라도 가계부가 매매계약을 증빙하는 효력이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사례도 곁들여졌다. 문제는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가계부 만으로는 절대로 증빙서류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왜 이런 게 버젓하게 기사로 나왔을까. 불성실한 공무원과 언론 탓이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지난 17일 아침 한 통신에서 ‘어떤 사람이 16년 전 취득한 토지에 실거래가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 그 과정에서 매매계약의 증빙자료로 가계부를 제시했더니 국세심판원이 이를 인정했다’라는 뉴스를 전했다.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흥미가 당겼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일단 사실과 달랐다. 확인을 요구받은 재경부 국세심판원 행정실의 관계자들은 “그게요….사실은 매매계약서가 있었을 건데요”라는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다. 사건을 직접 담당한 심판관은 “매매계약서가 존재했고 가계부는 계약사실을 확인하는 참고자료에 불과했다”고 답했다. 공보실을 통해 해명이나 추가 설명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심판관을 설득했다. 국민들의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말도 전했다. 하지만 해명도, 설명도 없었다. 대부분의 신문이 결과적으로 오보를 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책임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 언론에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인 공무원들의 안이한 태도는 더욱 문제다. 상황이 뻔히 예상된데다 충분한 대응시간이 있었음에도 국민들의 오해를 자초하는 결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간 참여정부는 ‘오보와의 전쟁’을 선포, 각종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잦은 해명자료 배포는 물론 반박자료나 해명기사를 요청하는 일도 예사로운 일이 됐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정확히 알 권리’를 위해서는 그 흔한 ‘해명자료’ 하나 내놓지 않는 것이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현주소다. 이래서는 ‘오보대응’이러는 대의명분의 순수성은 확보되기 힘들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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