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얼굴·전선·기한없는 '3無전쟁'

[21세기 첫 전쟁]<上>새로운 개념의 전쟁'새로운 개념의 전쟁(New War)' 이는 지난 7일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개시된 이후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 중 하나다. 실제 이번 전쟁은 전선이 뚜렷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제 테러리즘의 주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이른바 얼굴이 분명치 않아서 전쟁 기간을 한정하기도 어렵게 돼 있다. 한마디로 전선이 없고 얼굴이 없으며, 그래서 전쟁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3무(無) 전쟁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번 전쟁은 문명간 갈등이 주요 '키 워드'로 작용하고 있어 보복에 의한 불안과 위험이 상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력에 의한 단순 승패 역시 무의미하게 됐다. ◆ 얼굴ㆍ전선ㆍ기한없는 3無 전쟁 일반적으로 전쟁은 상대(적)가 있으며, 주요 전장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한쪽이 승리하게 되면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대(對) 테러전쟁은 양상이 사뭇 다르다. 물론 오사마 빈 라덴 제거와 탈레반 정권 붕괴라는 협의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전쟁 대상과 주요 전장이 다소 명확해 질 수 있다. 연장 선상에서 빈 라덴이 제거되고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면 외형상 전쟁은 마무리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원인이 된 테러는 뿌리 뽑기가 사실상 어려운데다 미국 역시 무한정의라는 슬로건을 통해 지속적인 대 테러전쟁을 전개한다는 입장이어서 전쟁은 '진행형'이 될 공산이 크다. 실제 미국의 이번 아프간 공격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사전에 설정한, 제한된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한다는 베트남 이후 미국이 유지해 온 군사 독트린이 적용되지 못한 첫 전쟁이 됐다. ◆ 보복에 의한 불안과 위험 상존 지난달 11일 뉴욕을 강타한 항공기 테러는 지구촌 곳곳에 자금을 분배하는 세계 금융의 심장부, 즉 맨해튼이 타깃이 됐다. 또한 탄저균 테러에서는 ABC방송ㆍNBC방송ㆍ뉴욕 타임스 등 세계적 언론 매체가 제1의 테러 목표가 됐다. 이는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 체제를 타도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며, 미국의 대외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이 같은 테러는 지속될 수 밖에 없음을 동시에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을 통해 빈 라덴이 제거되고 탈레반 정권이 붕괴하더라도 유사한 형태의 추가 테러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미 국민들은 각종 가축 전염병 등을 이용한 이른바 '식탁 테러'에서부터 경기장ㆍ백화점ㆍ쇼핑몰ㆍ음악회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중 장소에서의 폭발물 테러까지 온갖 종류의 테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무력에 의한 단순 승패는 무의미 l,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UN) 창설에서 20세기 세계화의 기틀을 제공한 세계무역기구(WTO) 창설에 이르기까지 세계 질서는 미국의 힘과 부를 바탕으로 형성됐고, 세계화 역시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를 구축해 온 선진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돼 왔다. 이 과정에서 약소 민족과 힘없는 나라의 이익은 철저히 소외돼 왔다. 이번 미국의 군사행동이 테러조직 발본 색원이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반미시위 등 세계 곳곳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학자들은 물론 많은 정치인, 작가들이 단순히 무력에 의한 해법 모색은 무의미하다며 힘의 강약과 빈부를 떠나 모든 국가의 이익과 요구가 균등하게 수용되는 세계 질서 확립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구영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