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와의 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FTA협상전반에 탄력이 붙고 있는 가운데 아무런 유예조치 없이 한-일 FTA협상이 조기 타결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과연 우리 자동차산업이 일본과 견주어 어느 정도 열세에 있는지,그 실상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자동차공업협회(회장 김동진)가 최근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한-일자동차산업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모두 1천29만대의 자동차를생산, 583만대(수입 27만7천대 포함)를 내수 시장에서 팔고 476만대를 수출했다.
이를 한국과 비교하면 생산은 3.2배, 수출은 2.6배, 내수는 4.4배 규모로 일단외형면에서 한국은 아직 일본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범용기술력에서는 양국간 격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으나 미래형 자동차 등첨단기술력에서는 갈수록 차이가 벌어져 오는 2010년 이후에도 신제품 개발이나 신기술 응용면에서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당히 앞서 나가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현재도 자동차부품에서는 일본이 ▲신제품개발기술 4년 ▲설계기술 3년 ▲생산기술 2년 정도 한국에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강점으로 꼽히던 가격경쟁력에서도 일본에 상당 부분 추격을 허용해 최근 들어 일부 대형차의 경우 일본의 동급 모델보다 오히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0년대까지만 해도 국산 소형차는 가격경쟁력면에서 일본의 경쟁 차종보다10-20% 우위를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그 차이가 2.5% 정도로 축소됐고, 대형 모델인현대차 그랜저XG는 동급인 도요타 캠리SE보다 2.9% 가량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보고서는 소개했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도요타 렉서스나 혼다 어코드는 동급의 유럽산 차보다1천만원 내지 3천만원 싸고 국내 중형차와도 겨뤄볼 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품질경쟁력에서도 한국은 아직 일본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차의 쏘나타가 중형차 부문 초기품질지수(IQS) 1위에 오른 지난 4월의 미국JD파워 평가 결과를 봐도 현대차는 IQS에서만 렉서스에 이어 2위에 올랐을뿐 내구성지수(VDS)와 소비자만족지수(CSI)에서는 각각 32위, 34위로 처져 렉서스(1위-5위)와는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같은 현격한 차이는 곧바로 판매 실적으로 이어져 상대국 시장 점유율에서도일본은 한국을 멀찌감치 앞서 가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2000년 국내 시장 진출 이후 불과 4년만인 지난해 3천774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시장의 19.4%를 점유했고 혼다까지 가세한 올 상반기에는 일본차의점유율이 23.2%(판매 2천474대)까지 올라갔다.
이에 반해 한국은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일본 수출을 시작했음에도 일본내 판매실적이 2002년 2천746대, 지난해 2천582대, 올 상반기 1천256대로 일본 수입차시장점유율 1% 전후를 맴돌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일FTA가 체결돼 수입차에 붙던 8%(CIF 수입가 기준) 관세마저 철폐될 경우 일본차는 국내에서 대략 7.4%의 가격인하 효과를 얻게 돼 국내 시장을 더 빠른 속도로 잠식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보고서는 아무런 유예 조치 없이 국내 자동차 시장이 무관세로 열릴 경우 오는2015년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최하 15%에서 최고 30%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