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를 기회로] 삼성그룹, 2차전지·바이오제약 등 5대사업 23조 투입

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 산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세계 톱 바이오제약 서비스 업체인 '퀸타일즈'와 함께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해 11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인 '메디카(MEDICA) 2013'에서 모델들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로 찍은 태아 사진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전송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거듭 강조하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자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와 스마트폰 이후 먹을거리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삼성이 당면한 현실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동시에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 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 등 삼성그룹이 추진해야 할 3대 혁신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아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자"며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과 기술의 융·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TV 등과 같은 스마트 기기 부문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시장을 주도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를 적극 발굴해 주력 사업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올해 50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1등 사업은 2등과 격차를 더욱 벌리고 부진한 사업부문은 1등이 되기 위한 신기술 개발이나 인수합병(M&A), 핵심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TV·스마트폰과 같은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신사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지난 2010년 바이오 제약·의료기기·태양전지·자동차용 2차전지·LED(발광다이오드)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육성해오고 있다. 이들 5대 사업에는 오는 2020년까지 23조원 이상이 투자된다.

5대 신사업의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용 2차전지와 바이오 분야가 대표적이다. 삼성SDI가 맡고 있는 2차전지 사업은 전기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BMW·크라이슬러·마힌드라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전기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지난해 삼성SDI 배터리를 달고 나온 첫 번째 양산 전기차인 크라이슬러 F500e가 출시된 이후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BMW의 'i3'와 'i8'도 지난해 11월 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초도 물량이 매진되는 등 각광을 받고 있다.

바이오 제약 사업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제약 산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세계 톱 바이오제약 서비스 업체인 '퀸타일즈'와 함께 바이오의약품 생산 사업(CMO) 합작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데 이어 2012년에는 바이오 시밀러 제품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인 '바이오젠 아이덱'과 합작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을 통해 바이오제약 사업에 필요한 제품개발·임상·인허가·제조·판매 역량을 모두 갖춘 삼성은 내년 8월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6종에 대한 개발과 2종에 대한 임상시험(3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급 계약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LED와 태양전지도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는 분야다. 2020년까지 10년 동안 각각 6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은 LED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삼성LED를 설립했다가 2012년 삼성전자 'LED사업부'로 흡수 합병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30년간 쌓아 온 반도체 기술력과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LED소자, 디스플레이용 모듈, 조명엔진 및 램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조명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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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접목 의료·헬스케어 키운다



의료·헬스케어 사업은 5대 신수종 사업 중에서도 삼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특히 주목하는 분야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및 모바일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료서비스 분야에 접목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물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바이오와 의료·헬스케어를 신수종 사업으로 지목한 이후 관련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사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중국에서 열린 보하오포럼에 참석해 의료·헬스케어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는 각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의료 및 헬스케어 사업과 관련해 병원·보험사·제약회사와 합작을 추진 중"이라며 "스마트폰이 서비스업을 비롯한 많은 산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삼성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응용 기술과 새로운 성능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9년 의료기기 사업을 전담하는 'HME(Health & Medical Equipment) 사업팀'을 신설한 삼성전자는 2011년 12월 이를 '의료기기사업팀'으로 확대·재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2년 12월 이를 다시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시키는 등 회사 내에서 의료·헬스케어 사업 부문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신제품 출시도 활발하다. 2010년 체외진단기, 2012년 프리미엄 디지털 엑스레이 'XGEO'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의료기기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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