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식물과 미생물이 '소셜 네트워킹'?

해충 공격에 맞서 세균·곰팡이를 뿌리로 유인해 면역 키워<br>류충민 생명硏 박사팀 밝혀

온실가루이(흰색파리)는 식물 지상부의 체액을 빨아먹는 해충이다. 고추 잎사귀에 서식하는 온실가루이. /사진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이 해충의 공격에 대항해 자체 면역을 증진시키기 위해 뿌리 주위의 유용한 미생물을 유인하는 현상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친구나 전혀 모르는 이들과도 의사소통하는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과 유사한 현상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다. 특히 이번 연구성과는 방제가 힘든 해충을 농약 없이 퇴치하고 건강하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팀은 식물이 지상부에서 일어나는 해충의 공격을 지하부에 신호를 보내 알리고 면역을 증진하는 세균과 곰팡이를 뿌리 주변의 지하에서 유인해 밀도를 높임으로써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해충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밭 작물인 '고추'와 고추의 잎사귀에 서식하며 체액을 빨아먹어 고추의 성장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해충인 '온실가루이(whitefly)'를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고추가 잎사귀에 있는 온실가루이의 공격을 받자 전혀 다른 부위인 뿌리 주변의 유익한 미생물을 뿌리분비액에 포함된 유인 신호로 끌어들여 자체 면역을 증진시킴으로써 향후 온실가루이가 고추를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식물과 미생물 간에도 서로 긴밀한 대화를 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류 박사팀은 지난 2009년 병원균에 감염된 식물이 주위의 동종 식물에 냄새(휘발성물질)를 풍겨 병원균이 공격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해당 병원균에 대한 주변 식물의 저항력을 현저히 증강시켰다는 점을 증명하기도 했다. 류 박사는 "식물과 식물 간 대화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식물이 식물뿐만 아니라 미생물과도 대화해 해충을 퇴치하고 자체 면역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방제가 힘든 해충을 농약 없이 퇴치하고 건강하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연구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태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인 영국의 '생태학지(Journal of Ecology)' 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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