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환율 급락으로 위기감 고조…감원 등 구조조정 칼바람 우려

업체 91.5% 채산성 악화…"수출 포기·아예 문닫을 수도"<br>틈새시장등 돌파구 총력속 "정부 외환시장 적극 개입" 촉구



산업자동화기기업체 O사의 P 사장은 요즘 해외출장을 나가서도 수시로 해외영업팀의 전화보고를 받는다. 하지만 수출 채산성 악화에 대응할 마땅한 묘안이 없어 눈 앞이 캄캄하다. 특히 지난해 수주한 장기계약 물량의 경우 달러당 1,100원 선에 공급계약이 이뤄져 바이어에게 “단가를 재조정해주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수출비중이 40%에 가까워 수출을 포기할 경우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9일 엔ㆍ유로ㆍ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지난해 말에 비해 12~8%나 급락하자 양극화로 비틀거리던 중소기업계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닥치고 있다. 적잖은 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출혈수출, 수출 포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 문을 닫거나 고용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이대로 가면 폐업”= 당장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의 91.5%가 수출 채산성이 심각하게 악화돼 연쇄도산이 우려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에 음료수를 수출하는 한일종합식품은 아예 수출을 포기했다.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H사는 환 손실과 수출 감소로 자금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H사 재무과장은 “우리는 수출비중이 30%에 그쳐 그나마 다행이지만 80%에 가까운 주사기 제조업체들은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비중이 30% 가량인 석유화학플랜트업체 케이아이씨 관계자는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더라도 마진을 챙길 수 있는 것만 선별수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우려했다. 김경만 기협중앙회 국제통상팀장과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재민 소장은 “환율급락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된 중소업계에 구조조정 및 퇴출이라는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닥칠 것”이라며 정부의 신속한 대책을 주문했다. ◇신제품ㆍ틈새시장에 사활= 한편 원화 강세로 수출 채산성이 급속도록 악화되자 내수시장이나 신제품ㆍ틈새시장 개척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치약ㆍ칫솔을 수출해온 신화약품은 올해 수출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수정, 신규 해외수주를 포기한 채 내수시장 공략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해콘덴서의 절연포장재로 쓰이는 열 수축성 PVCㆍPET 튜브를 생산하는 무등은 지난해 톤당 135만원 하던 PET 가격이 최근 150만원 선으로 오른 데다 수출비중마저 높아 원ㆍ달러, 원ㆍ엔 환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납품단가 인하 압력까지 가세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김우연 사장은 “반도체ㆍ형광등 업체와 공동으로 자외선 차단, 클린룸 오염ㆍ안전사고 예방이 가능한 기능성 형광등용 튜브를 개발하는 한편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의 대부분을 수출로 올리는 디지털TV업체 D사도 환율 및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 문제는 환변동보험으로 커버하고, 이익률 개선을 위해 불량률ㆍ구매단가를 낮추는 한편 마진이 괜찮은 특수시장(공항, 대형 병원ㆍ매장 등)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제통화ㆍ자재 도입선 전환= 중국 공장에서 AV제품을 생산ㆍ수출하는 E사는 자재의 절반 정도씩을 달러ㆍ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는데 달러화 구매비중을 높여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대로 한 디지털TV업체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달러화 결제에 응하던 국내 협력업체들이 원화결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사출성형기 제조업체 우진세렉스는 환 리스크 관리와 함께 경영혁신을 통한 원가절감에 승부를 걸었다. 오는 3월 말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본격 가동돼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재고관리ㆍ부품출고 등의 업무가 전산화되고, 생산ㆍ자재ㆍ영업부서간 협조체제가 원활해지면 ‘생산성 20% 향상, 원가 20% 절감’을 목표로 한 경영혁신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결나사 제조업체 명화금속은 핵심 원자재인 굵은 철사 모양의 탄소강을 20~30% 저렴한 중국산으로 바꿔 채산성도 맞추고, 환율하락에 따른 리스크도 헤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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