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타계한 권철현 중후산업 회장은 지난 62년 연합철강을 설립한 대표적인 철강 1세대다.
권 회장은 연철을 연산 100만톤(당시 민간기업으론 최대 규모)수준으로 키워, 금탑산업훈장, 은탑산업훈장, 1억불 수출탑 등을 받을 정도로 한국의 산업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77년 박정희 유신정권을 비판하다 회사 경영권을 국제그룹에 빼앗기고 복역까지 하면서 `비운의 철강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권 회장은 국제그룹이 공중분해되고 86년 연철이 동국제강에 넘어간 뒤로도 지분의 3분의 1 정도를 유지하면서 경영권 회복을 위해 뛰었다.
권 회장이 최근 20년 가까운 기간동안 연철 경영권을 둘러싸고 1대주주인 동국제강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지속해온 것은 재계에선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동국제강은 연철의 신규 사업 진출이나 설비 확충 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87년 주총때 부터 자본금을 늘리려 했지만 권 회장은 지분변동으로 인한 영향력 위축을 우려해 올해까지 줄곧 정관변경(수권자본금 증액)에 동의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연철경영에서 물러난 후 부동산 임대관리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후산업을 87년 설립했으며, 장남인 권호성 중후산업 사장을 통해 한보철강 인수에 나서는 등 철강업 재진출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진해왔다.
연철 경영권을 끝내 되찾지 못한 권 회장은 계열사인 AK캐피탈이 추진중인 한보철강 인수마저 목전에 둔채 철강에 대한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연합철강 지분 매각할까] 한보철강 인수위해 매각가능성, 대주주 권호성 사장 행보 촉각
권철현 중후산업 회장의 타계로 권 회장이 2대 주주(지분 20.52%)로 있는 연합철강의 지분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장남인 권호성 중후산업 사장이 한보철강 인수를 위해 37% 가량(특수관계인 포함)에 달하는 연합철강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증자를 둘러싼 동국제강과의 갈등이 다소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후산업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에 논의할 문제”라며 연합철강 지분을 처리하는 방안을 부인하지 않았다.
권 사장이 `가문의 숙원`인 철강업 재진출을 풀 수 있는 한보철강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 사장은 한보철강 인수에 나섰다가 한차례 실패했으며 다시 도전, 오는 7월 중순까지 인수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3억2,000만달러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인수자금 조성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어 권 사장이 한보철강 인수에 성공, 대를 이어 철강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