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새정부에 바란다]<1>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국민이 공유할 수 있게 '국가적 비전' 바로 세워야"


▦1939년 경북 영주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1966년 아메리카은행 근무
▦197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우교수
▦1980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정책실장
▦1985년 유엔ㆍ아시아개발은행ㆍ세계은행 고문
▦1980~2004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1991년 하버드대 초빙교수
▦2000년 서울대 부총장
▦2004년 서울대 명예교수
▦2006년~현재 자유기업원 이사장

[새정부에 바란다]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국민이 공유할 수 있게 '국가적 비전' 바로 세워야" 정리=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대담=이용웅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yyong@sed.co.kr ▦1939년 경북 영주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1966년 아메리카은행 근무 ▦197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우교수 ▦1980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정책실장 ▦1985년 유엔ㆍ아시아개발은행ㆍ세계은행 고문 ▦1980~2004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1991년 하버드대 초빙교수 ▦2000년 서울대 부총장 ▦2004년 서울대 명예교수 ▦2006년~현재 자유기업원 이사장 관련기사 • [새정부에 바란다] 지방정부·시장에 분산을" “밖에서 돈을 뺏어올(벌) 수 있는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 여러 개만 만들어도 10년 내 소득 4만달러 시대가 가능하다.” 성장의 열매를 최대한 많이 수확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국 경제학계의 대표적 원로학자인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7%대 성장 등 이명박 정부의 ‘7ㆍ4ㆍ7’ 공약이 실현 가능한 현실임을 거듭 강조했다. 송 명예교수는 그러나 몇 가지 핵심적인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선 우리 기업들이 돈 벌 ‘기회’를 가로막고 있는 비합리적 규제를 시장친화적 기업환경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을 첫번째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온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국가적 비전’을 바로 세워야 ‘성장과 분배가 함께 어울리는’ 진정한 의미의 국가 개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송 명예교수는 “새 정부가 표방하는 ‘성공’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규제도 ‘글로벌 경쟁력(GC)’을 기준으로 삼고 GC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면 관련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논란의 틀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했던 참여정부의 과오를 지적하며 “그래도 역시 성장의 득을 보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첫 ‘CEO형 대통령’의 출현에 국민의 기대가 큰 듯하다.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 대통령 당선자의 경력은 일본ㆍ미국ㆍ중국 등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 못지않다고 판단된다. 386세대의 한계처럼 ‘한국의 집권층과 지도자는 별 수 없다’는 식의 좌절이 5년 후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한 번 생각해봐라. 지금까지 우리는 외국펀드ㆍ은행 등에 우리 시장을 뺏기기만 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출자총액 규제 등에 묶여 돈 벌 기회를 줄줄이 잃고 있다. 돈을 다 뺏기고 진보를 외쳐서는 안 된다. 건설적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우리 개인과 기업 모두가 중국ㆍ베트남ㆍ인도에서 돈을 벌어와야(뺏어와야) 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1,000조원대에 육박했지만 중국은 이미 가장 큰 기업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땅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최근 수년 새 급상승했다. 이들 시장에서 돈을 뺏어올 수 있는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도 경제를 열심히 공부하고 해외에 투자해 돈을 벌어와야 한다. -새 정부 출범에 발맞춰 이제는 뭔가 확고한 국가 비전도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요한 지적이다. 확고부동한 국가 비전이 없다 보니 정권이 바뀌면 비전도 계속 바뀌는 식이었다. 생명ㆍ자유ㆍ행복 등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국가 비전을 각 당과 사회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만들어야 한다. 새 당선자가 표방하는 ‘실용정부’도 좋지만 큰 시대적 흐름에 걸맞은 비전을 정하는 게 더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국가 비전을 가장 잘 설정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생명ㆍ자유ㆍ행복이라는 국가 비전에 동양의 베푸는 가치관인 ‘덕(德)’을 덧붙였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결국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문제로 귀착되는 것 같다. ▦주목해야 할 게 정말 우리나라에 존경받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는 사회적 체제가 마련돼 있느냐는 것이다. 학계ㆍ법조계ㆍ공무원ㆍ대기업 모두 노블레스 오블리주보다는 그저 내가 뭘 더 차지하고 어떻게 앞으로 얼마나 더 성공할 수 있는지만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 아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에서 먼저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도 이튼스쿨(Eton schoolㆍ전세계 지도층 자녀들이 입학하는 영국의 세계적 명문 사립학교)과 같은 교육기관이 있다면 국민들이 이 과정을 마친 지도층들의 의무를 상기시킬 수 있다. 대학교육 역시 지금은 전부 지식교육에만 빠져 있는데 뭔가 변화한 프로그램을 넣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지도층의 파괴다. 존경받고 유능한 사회적 지도자를 만들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갖가지 규제가 새 정부 출범 후 상당 수준 완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 등 풀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새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규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보는지. ▦사실 기업 조직, 경영, 지배구조 문제 등에 대한 규제의 적절성 문제는 지금도 ‘정답’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가정하고 규제를 만드는 오류를 범해왔다. 기업에 대한 확실한 평가기준은 바로 글로벌 경쟁력이다. 포스코와 같은 기업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철강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김연아 선수가 세계대회에서 1등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닌가. 우리는 순위에만 관심이 있지, 가령 세계 최고라는 타이거 우즈가 폼을 어떻게 바꾸고 그렇게 해서 어떤 효과를 얻었는지 등의 과정에는 관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규제도 어떻게 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따져 풀어야 한다. 또 법, 도덕 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게 아니면 총액출자ㆍ순환출자와 같은 규제도 폐지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을 봐라. 주요 기업들이 모두 순환출자로 연결돼 있지 않나. -규제를 포함한 정부의 정책 철학에 근본적 오류가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우리의 경제학은 모두 미국의 경제학이다. 흥미롭게도 최근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두 가지의 반성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경제성장이 소득분배와 상관없다고 생각해오면서 발생한 성장-분배 논란이다. 두번째는 무수한 소규모 기업이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완전경쟁’만 하면 시장이 성공한다고 생각한 오류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ㆍ휴대폰 등 몇 개 분야에서 일부 기업이 전략적으로 경쟁하는 구조다. 산업사회의 대량생산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식기반의 창조시대 개념에 걸맞게 경제학이 바뀌고 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규제를 바라봐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의 규제는 옛날의 시각으로 규제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새 정부의 ‘7ㆍ4ㆍ7’ 공약이 표방하는 고도성장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데.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외국기업과 외국인 노동자를 마구 불러들여도 7% 성장이 가능하다. 혹자는 8% 성장도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지 않나. 잠재 경제성장률을 쉽게 얘기하자면 못난 자식에게 ‘네가 성의껏 공부하면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다’를 따지는 것이다. 매일 노는 시간을 줄이고 유능한 가정교사를 채용하고 교과서도 바꾸면 30점짜리 성적이 10점 더 올라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실업자가 상당히 많고 조선ㆍ철강 등 창조적 분야, 그리고 기술 성장 모멘텀 등이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고도성장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달라. ▦좌우간 소득을 늘려야 한다. 정치적 문제들만 해결되도 7ㆍ4ㆍ7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인데 중국 산둥성 인구가 지난 1999년 8,800만명이었다. 그런데 중국ㆍ인도를 가보면 LG전자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나라를 십분 활용하면 충분히 7% 성장을 할 수 있다. 국민소득 4만달러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 몇 개만 만들어도 금세 달성할 수 있다. 이미 구매력 평가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2004년 소득 2만달러가 됐다. -참여정부의 고질적 논란이 바로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대립이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 ▦잘 봐야 한다. 이미 경제학적 기준이 바뀌었다. 현대 경제학은 바로 슘페터 경제학이다. 소수 기업이 창조적 제품으로 이끌어가는 시대다. 또 중국, 인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모두 성장 중심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성장만 중시하면 분배가 안 된다고 얘기하는데 성장하면 우선 일자리가 늘어나 실업자가 취직을 할 수 있게 된다. 성장이 이렇게 바로 분배로 들어가는 면이 있고 반대로 성장을 못하면 가장 큰 피해는 약자에게 돌아간다. 이제는 더 이상 ‘고용집약적’ 성장이 불가능해 소용이 없다고들 얘기하는데 그래도 역시 성장의 득을 보는 층은 약자들이다. -정부가 특히 ‘창조적 계층’을 육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자주 강조해왔는데 창조적 계층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 ▦쉽게 보자. 창조적 계층의 형태는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로 비유하자면 먼저 어머니가 아이에게 유명한 그림을 주고 똑같이 그려보라고 하는 ‘모방’의 단계가 있다. 이후 이 어린이가 미대에 진학, 각고의 노력을 한 덕분에 1류 화가만큼 그리는 ‘추격’ 단계가 있다. 그 다음에는 1류 화가보다 좀 더 잘 그리는 단계, 마지막으로 피카소보다 훌륭한 그림을 그리는 ‘창조’의 단계가 있다. 창조 단계에서는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도 ‘맞짱’을 뜰 수 있는 시대가 가능하다. 창조적 사회가 가져오는 아주 중요한 특징이다. -세계ㆍ개방화 시대에서 창조적 계층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나. ▦싱크탱크가 핵심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를 가보면 노벨상 수상자에게 오직 연구만 하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대학 몇 군데에 세계적 연구소가 육성돼야 한다. 현재 정부 산하 인문사회 연구소가 약 23개인데 모두 총리실 산하에 있다. 이들 연구소에도 독립성을 부여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로 끌어올려야 한다. 민간 부문은 더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삼성경제연구소만 지속적으로 발전했을 뿐 나머지 민간 연구소는 조직규모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매년 약간씩 복구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민간 부문의 싱크탱크 육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새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현 정부 내에서 대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청계천을 바꾼 것을 떠올리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창조적으로 획기적인 것들을 오히려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를 창조계층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지금은 창조적 게임의 시대다. -보수진영이 집권한다는 측면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 같다. 경제협력을 포함한 현 남북관계를 새 정부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공산주의 체제의 특징은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그 최고 통치자의 마음을 먼저 바꿔야 한다. 지혜로운 실리 외교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여전히 한국은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크게 도약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개발원조를 통해 형편없는 후진국가인 북한의 개발작업에 시동을 걸면서 이 같은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입력시간 : 2007/12/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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