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0월 12일] 고강도 경영혁신 요구되는 KRX

한국거래소(KRX)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는 KRX가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유를 새삼 알려준다. 고액 연봉은 물론이고 각종 복리후생 혜택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입이 벌어질 정도다.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이 KRX로부터 제출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봉 1억~1억5,000만원의 고액 연봉자가 2,880명으로 전체 직원의 40.1%에 달했다. 특히 1억2,000만원이 넘는 초고액 연봉자도 76명이나 됐다. 지난 2008년 성과급이 지난해 지급된 데 따른 일시적 증가현상이라는 게 KRX 측의 설명이지만 2007년ㆍ2008년에도 1억~1억5,000만원의 고액 연봉자가 전체 직원의 38.9%, 32.2%였던 점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지난해 자기개발휴가 7일과 경로효친휴가 3일 등 특별휴가제도를 만들어 연차휴가 보상금으로 1인당 600만원을 지급하고 직원 자녀 1인당 120만원의 사설학원비를 대주며 직원체육대회 때 한벌에 수십만원짜리 체육복까지 제공한 것 등 보통 직장인들로서는 꿈도 못 꿀 혜택이 즐비하다. 통상적으로 근무연한이 길수록 급여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전체 직원 중 고액 연봉자 비중이 크다는 것은 고용 안정성도 아주 뛰어나다는 점을 말해준다. 여기다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는 KRX는 경쟁의 무풍지대여서 근무여건도 좋다. 신의 직장이라는 비아냥이 공연한 것이 아닌 셈이다. 높은 연봉에다 과다한 복리후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지난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KRX는 올해 이사장 연봉을 70%, 직원은 5% 삭감하기로 했다. 이사장의 연봉삭감은 평가할 만하지만 전체적인 경영개선 노력은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배 의원은 KRX가 복지에는 열성적이지만 상장사의 적자기업 관리 등 시장감시와 투자자 보호 등 본업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KRX의 수익원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매하면서 내는 수수료다. 심하게 말하면 가만히 있어도 돈이 절로 들어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KRX의 사내 유보금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쓸 만큼 쓰고도 엄청난 잉여금을 쌓아놓고 있다. 돈이 넘쳐나는 셈인데 그렇다면 수수료를 내리거나 업무효율과 서비스 질을 높여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도 높은 경영개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거래소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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