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상에서 만나는 생물학

산책로에서 만난 즐거운 생물학/위르겐 브라터 지음, 살림 펴냄


하루도 빠짐없이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는 생물학자가 있다. 단순히 산책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함께 걷는 애완견의 움직임과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주변의 자연까지 예리하게 관찰한다. 독일 출신 과학자인 저자는 애완견 ‘시나’가 밤사이 눈밭에 찍힌 여우 발자국의 냄새를 킁킁 맡는 행동을 보면서 동물들의 발정기와 번식 본능, 나아가 미생물의 번식과 박테리아ㆍ바이러스에까지 생각이 이른다. 3월이면 여기저기 움을 터뜨리는 꽃과 그 곁에서 지저귀는 새들을 산책길에서 만나고, 새 소리를 듣고 둥지를 찾아 산속으로 달려가는 애완견을 보면서는 동물 행동학을 떠올린다. 이어 그의 친절한 해설은 동물 행동학의 시초인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콘라트 로렌츠, 파블로프, 스키너 등이 연구한 동물행동학의 역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책은 산책 스케줄에 따라 1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진행된다. 자연의 창조적 순환과정을 암시한 구성이다. 과학 서적이지만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도표는 없다. 대중에게 눈높이를 맞춘 작가의 설명이 생태학과 유전공학, 복제와 줄기세포, 감각기관과 반사작용, 진화론 등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 일상에서 만나는 생물학에 대한 사고의 확장은 저자가 꼭 생물학자이기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매일 같은 곳을 산책하는 계획을 세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생명체를 관찰해 보자”고 제안했다. 책의 뒷맛은 관심과 호기심만 있다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경이로운 과학적 발견을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한번 더 곱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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