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사람이 선출 직에 도전한다.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공무원, 변호사, 의사ㆍ약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지방정부를 이끌거나 견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역량 있고 참신한 인재가 지역 일꾼을 희망한 것은 좋은 현상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인사가 명예를 걸고 고향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는 도전은 값지다. 자리의 크고 작음을 떠나 선출 직에 뛰어든 것은 보통사람이 하기 어려운 결단이다. 선거전에 참여하면 출마자의 모든 장단점이 세상에 노출된다. 더구나 패배할 경우 돈을 잃고 정신적인 피해가 크다.
지방선거에 참신한 인재들 도전
그런데도 인재들이 몰린 것은 강한 애향심과 주인공으로 일하고 싶은 욕구가 큰 원인이다. 지방의원 유급화(연봉 2,000만~6,000만원)도 한몫했다.
차기 지방정부와 의회는 선거에서 승리한 16개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이 맡는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선거 연령이 19세로 낮아졌고 기초의원의 경우 직능 대표성 확보와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비례대표제가 신설됐다. 또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처음으로 선거권을 부여했다. 선거운동 방식도 정치신인의 선거운동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 예비후보자등록제도가 생겨 본격 선거운동 이전에 명함 배부와 e메일 발송이 가능해졌다.
출마자들은 다양한 공약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본인이 지역 발전의 적임자라고 역설하면서 유권자 마음 사기에 주력하고 있다. 유권자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출마자의 지역발전 공약과 업무능력을 평가한 뒤 호감을 주는 인재를 선택한다. 상대방 흠집내기에 급급한 인사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실천 가능한 마스터 플랜을 갖고 일하겠다는 인물을 선호할 것이다. 지역일꾼 측면에서 본다면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다.
5월 지방선거는 성장동력 개발과 양극화 해소에 주력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국정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다.
그럼 여야의 승패는 어느 선에서 결정될까. 야당이 다수인 광역단체장 현실을 감안할 때 열린우리당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에서 1곳 ▦부산ㆍ대구ㆍ대전ㆍ광주ㆍ울산광역시에서 2곳 ▦경남ㆍ경북ㆍ충남ㆍ충북ㆍ전남ㆍ전북ㆍ강원ㆍ제주도에서 3곳 등 모두 6곳 이상 이기지 못하면 정부와 집권여당의 패배다. 반면 여당이 수도권 2곳, 지방에서 5곳 등 모두 7곳 이상 이기면 선전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번 선거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야 대표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유력한 대권 주자인 정동영(53)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54) 한나라당 대표로서는 사활이 걸린 재대결이다. 각종 공약 채택과 출마자 선정을 총지휘하는 두 사람은 선거 결과에 따라 대권행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17대 총선 때 각각 집권당과 제1야당 대표로서 격돌했으나 한나라당 주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박 대표가 고전했다. 이들은 또 당내에서 ‘오너형 CEO격’이다. 지난 총선 때 자기 편 인사를 많이 당선시켜 최대계파를 형성했다. 이후 당 내외 인사를 꾸준히 관리하는 등 대권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영호남의 간판주자인 이들은 거물 지도자의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부단한 노력으로 정당 최고자리를 차지했다.
비전·겸손 갖춘 출마자 뽑아야
방송기자 출신인 정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지난 96년 정계에 들어와 재선 의원을 지냈다. 그는 야당이었던 국민회의 대변인과 당시 여당인 민주당 대변인에 이어 17대 총선 승리의 공로에 힘입어 통일부 장관에 중용됐다가 2월 전당대회에서 의장으로 뽑혀 여당을 이끌고 있다. 최근 이해찬 전 총리 사퇴와 한명숙 총리 지명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노 정권의 2인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인 박 대표는 아버지 유지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97년 정계에 진출한 지역구 3선 의원. 2004년 3월 대표최고위원으로 뽑힌 박 대표는 여성 특유의 온화함과 절제된 리더십으로 대선에서 두 번 연속 실패한 뒤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한나라당을 리모델링해서 수권정당 면모를 갖추는 데 앞장섰다. 그는 남다른 애국심을 바탕으로 자신을 단련시키면서 대권의 꿈을 키우고있다.
토끼는 귀를 잡아야 하고 고양이는 목덜미를 잡아야 쉽게 사로잡듯 사람은 마음을 사야 한다.
지도자에게는 무엇보다 구성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따뜻한 카리스마’가 요구된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로서 비전 제시와 공감능력, 신뢰감, 겸손, 유머감각이 필수적이다. 유권자는 출마자 능력과 정당 공약, 정당 대표 지도력, 정당 비전 등을 검토한 뒤 희망을 주는 인물을 뽑아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