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금융 수출국

일본의 식민통치와 6ㆍ25 전쟁을 거치면서 폐허가 됐던 우리나라는 지난 1960~1970년대의 경제개발을 거쳐 지금과 같은 경제력을 이룩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수출산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의류ㆍ봉제산업과 중동건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철강ㆍ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ㆍ전자산업을 거쳐 2000년대 문화콘텐츠 수출까지. 우리 경제에서 수출산업은 곧 주력 산업이었고 외화조달을 통한 생산력확대가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단계에서 일부 하이테크 전자제품과 문화콘텐츠 정도 이외에는 경쟁우위 분야가 많지 않다는 것이 우리 경제의 고민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내수산업이었던 금융산업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육성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금융산업 가운데서도 자산운용산업의 경우 짧은 시간 동안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놀라운 성장을 거뒀다. 대우채 사태와 SK글로벌 분식회계, 카드채 사태라는 큰 시련을 거치면서 다른 분야보다도 훨씬 높은 기준의 리스크 관리체계가 서둘러 도입됐고 일찍부터 국내 시장에서 토종회사와 국내펀드가 외국운용사 및 외국펀드와 혹독한 경쟁을 해왔다. 펀드의 다양화 속에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도 등장하고 국내 운용사가 해외 현지에서 펀드를 운용하는가 하면 일부 상품은 해외에 수출도 하고 있다. 또 세계 각지로의 해외펀드투자를 통해 막대한 자본이득을 창출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산업은 또한 기본적으로 대규모 자본력을 전제로 하는 투자은행(IB) 업무나 은행업 보험업과 달리 소규모의 자본력으로도 가능한 기술 집약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금융후발국이면서도 충분히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간접투자 문화도 변하고 있다. 올들어 주가가 급락하자 환매대란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으나 투자자들은 거의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식형 펀드로는 꾸준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 산업과 시장, 투자자 모두 단시일 내 이처럼 알찬 발전을 해가고 있는 국내 펀드산업이야말로 그간 금융 수입국이었던 우리나라를 미래의 금융수출국으로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아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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