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전국적 경쟁력을 갖췄던 대구지역 건설업체들이 옛 명성 회복에 나서고 있으나 향토 물량마저 외지 업체에 빼앗기는 등 경영환경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우방과 청구 등 법정관리 졸업 업체들은 적극적인 재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자금력을 앞세운 수도권 대형 건설사들에게 오히려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와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이뤄진 민간발주 공사(4조2,316억원) 가운데 지역업체의 수주비중은 고작 18%(7,968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82%를 수도권 대형 건설사를 포함한 외지업체가 사실상 독점 수주했다. 민간발주 공사에 대한 지역업체 수주비중은 지난 2003년 47%, 2004년 33%에서 오히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정부투자기관이나 시교육청 등에 의한 공공발주 공사(5,132억원)마저도 지역업체 계약분은 불과 27%(1,395억원)에 그쳤다. 다만 대구시가 자체 발주한 공사(3,176억원)는 지역업체 계약이 59%(1,898억원)로 외지업체보다 많았다.
이런 대형 건설사 ‘쏠림 현상’은 오는 25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수주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재개발 추진위원회 인가를 받은 40여개 지구 중 절반가량이 조합원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했는데 사실상 수도권의 대형 건설사들이 ‘싹쓸이’ 하고 있다. 지난 18일 중구 삼덕3가동 재개발 총회에서는 GS건설과 두산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고, 남구 대명구역은 롯데건설이 수주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2일 남구 대명2동 재개발 총회에서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공동 선정됐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 건설사들의 자금ㆍ기술력 부족도 원인이지만 재개발 지구들이 대기업 브랜드를 선호해 시공사 입찰자격에 아예 ‘시공능력평가 상위 10~30위 이내’ 등으로 한정, 지역업체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구지역 시공능력평가 1위인 화성산업은 전국 수준에서는 52위에 그친다. 지역업체 공동 도급시 ‘용적률 5% 추가 부여’라는 인센티브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 김광영 사무처장은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업체와 공동 수주시 적용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상향 조정하고, 재개발 추진위원회 승인시 공동 수주를 적극 권고하는 한편 공공발주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