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1일] 서민 아픔 아랑곳 않는 현대차 노조

“차 값 인상은 마지막 수단이다. 허리띠를 졸라매 수익성 악화를 막아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최근 고유가ㆍ원자재 값 인상 및 차 판매 감소의 ‘3중고’ 속에 원가절감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를 주문했다. 갈수록 나빠지는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최선의 해답이 원가절감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정 회장이 이처럼 원가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글로벌 경영환경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도요타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34년 만에 전 차종의 가격을 일괄 인상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도요타마저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가절감으로 원자재 값 상승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정은 현대ㆍ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소비위축 우려 때문에 가급적 가격인상을 하지 않으려 했던 현대ㆍ기아차도 이르면 오는 8월부터 2~3% 안팎의 가격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원자재 값 상승폭을 감내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차종별 원가부담률 선정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런 판국에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또다시 파업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고 나섰다. 노조 측은 실질적인 임단협은 뒷전으로 하고 회사와는 전혀 무관한 정치적 문제들로 불과 2주 사이 2차례나 파업 찬반투표를 치르는 파행만 거듭했다. 현대차 노조 지부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총파업 방침에 따라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방침인 가운데 주야간 조 각각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하루 4시간씩 파업을 벌이는 셈이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10일 단 하루 노조의 잔업거부만으로도 차량 392대를 만들지 못해 55억원의 매출손실을 봤다. 회사는 원가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고임금을 받는 현대차 노조는 정치성 짙은 파업을 위해 머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고통 받는 쪽은 회사도 노조도 아닌 서민들이 아닌가 싶다. 물가급등 부담으로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맬 여지도 없는 서민들은 머리띠를 싸매고 몸져누워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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