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리뷰] 이장과 군수

어린시절 반장 도맡던 이장 군수된 부반장에 '딴지걸기'


‘이장과 군수’는 ‘선생 김봉두’, ‘여선생, 여제자’를 만든 장규성 감독의 신작이다. ‘선생 김봉두’에선 시골 사람들의 순박함에서 빚어지는 코미디를, ‘여선생, 여제자’에서는 밉지 않은 두 인물이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의 구도를 빌려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춘삼(차승원). 마을 이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이번에는 젊은 사람을 이장으로 뽑자”는 사람들의 뜻에 따라 졸지에 이장이 된다. 얼마 후 춘삼이 초등학교 때 반장을 도맡아 하던 시절 늘 부반장만을 했던 노대규(유해진)가 젊은 나이에 군수에 출마해 당선이 된다. 대규의 성공에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 춘삼은 대규에게 딴지를 걸기 시작한다. 한편 대규는 군 예산 확보를 위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신청하는데 평소 대규의 대쪽 같은 성품에 반기를 품은 지역 유지들이 춘삼을 앞세워 반대한다. 이미 전작들에서 시골 사람들의 순박함에 흐뭇한 웃음을 얻어내는 재주를 선보인 장규성 감독은 이번에는 강원도가 아닌 충청도를 무대로 시골 사람들의 삶을 유머의 소재로 삼는다. ‘행동과 생각이 느린 충청도 사람들’이라는 고정관념을 적절히 변주해 만들어내는 웃음들은 지나치게 익숙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한편으론 정겹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편안함 덕분에 영화는 별다른 큰 사건이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만으로도 중반 이후까지 산뜻한 웃음을 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주인공들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립 문제로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영화의 산뜻함은 갑작스럽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감독이 설정한 도식적인 두 사람의 대립구도가 영화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 군수를 지역발전을 위한 결단을 한 일방적 선(善)으로, 이장을 지역토착유지에 휘둘리는 악(惡)으로 감독은 선을 긋는다. 사회적 이슈를 담고자 했던 의도는 좋았으나 불과 몇 년 전 큰 논란을 빗었던 사안을 일차원적으로 접근 한 점은 못내 아쉽다. 정겨운 코미디 대신 넘어지고 구르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화장실코미디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도 후반 이후부터. 갑작스럽게 흐트러진 스토리는 제자리를 못 찾고 영화 결말에 이른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코미디 연기는 언제나처럼 훌륭하다. 항상 해왔던 연기를 변주할 뿐이지만 충분히 제 몫을 하며 그에 걸맞은 웃음을 준다. 하지만 이들의 분투에 앞부분에선 실컷 웃을 수 있을지 몰라도 뒷부분의 불편함 때문에 끝내 웃고 나올 수 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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