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은행이 퇴출되거나 해외매각이 추진되면서 이들 은행이 관리해온 지자체의 금고 신규지정을 둘러싸고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더우기 연말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는 자치단체(전체의 30%이상)들이 은행도 도산할 수 있음이 현실로 나타나자 금고변경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어 은행마다 인수 대책을 추진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수세적인 입장에 있는 것은 제일은행등 매각대상 은행과 금감위의 실사대상인 시중은행들이며, 반면 농협이 안전성을 앞세워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는 양상이다.
14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광역시 금고는 지방은행이 5개, 상업은행이 2개, 도금고는 제일은행이 5개, 농협이 3개, 지방은행이 1개의 금고를 맡고 있다.
지방세 전액을 관리하며 평균 잔고가 연 예산의 10~20%에 이르고 있어 금융기관들은 몇개의 자치단체만 잡아도 수조원대까지 돈을 굴릴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정기예금금리에 크게 못미치는 싼 이자를 주고 있어 지자체 금고는 은행마다 군침을 삼키는 「알짜고객」이다.
퇴출된 충청은행과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제일은행을 각각 시,도 금고로 운영하고 있는 대전시와 대전시및 5개자치구와 충남도 금고가 연말 계약기간이 만료돼 금융기관간에 물밑교섭전이 한창이다.
충남도에서는 제일은행에 도금고운영권을 맡긴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제일은행과 충청은행을 인수한 충청하나은행측은 자치단체 금고운영문제는 단순한 여건변화가 아니라 업무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충청하나은행의 경우 대전·충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갖고 있을 뿐더러 부실자산을 정리한 이후 건실한 은행으로 새롭게 태어났음을 강조한다.
연간 1조8,000여억원 규모의 경남도금고 유치경쟁도 치열하다. 일부 도의원들과 지역 상공인들은 부실 금융기관에 포함된 제일은행을 도금고에서 제외시키고 일반회계분야를 지역 금융기관에 넘기자고 주장한다.
제일은행측은 이에대해 정부지분이 94%로 자금관리에 문제가 없는데다 계약 만료기간을 3개월여나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주장을 펴는 것은 특정 금융기관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공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경남은행은 금고 교체론을 일단 반기면서도 제일은행측의 반발 등을 고려해 공식 입장을 유보하고 있지만 도내 유일의 지역 금융기관임을 내세워 특별회계 부문은 물론 일반회계 유치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경남은행은 금감위의 실사결과 BIS비율이 기준치이하로 밝혀진데다 상반기 영업손실액이 2,000여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지역 금융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협은 예금 안정성이 높은 점을 인정받고 있지만 지역내 자본의 역외유출이단점으로 지적됐다.
경남도 세정과 관계자는 『금융권의 구조조정으로 도금고 지정작업이 유례없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제일은행이 관리해온 평잔 3,200억원 규모의 전북도금고에는 전북은행과 농협이 달라붙고 있다.
전북은행측은 『지역자금 역외유출를 막고 지역환원을 위해 지역은행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공사업부문 자금지원은 지방은행 연합회의 상호협조융자체제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한편 1,300억 규모의 제주도금고는 지난 95년말 제일은행에서 제주은행으로 변경된 후 지난해 재계약된 상태이지만 농협이 인수경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오현환, 광주=김대혁 기자, 창원=김광수 기자, 대전=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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