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국산업보호 최우선" 확산

[침체냐 조정이냐 세계경제 기로]<끝>고개드는 신보호주의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결국 세계 경제를 보호무역주의로 이끌고 갈 것인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걸쳐 경기 침체 조짐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선진국들은 환경 등 다양한 규제조치로 교묘하게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으며 각국의 반덤핑 관세와 그에 따른 보복조치가 잇따르면서 무역분쟁의 발생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들도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세워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왔던 자유무역주의라는 공든 탑이 불황에 밀려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자유무역주의를 외치며 통상 압력을 가해오던 미국도 최근 보호무역주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년의 장기호황이 지나간 뒤 각종 경제 지표들에 빨간불이 켜지는 데다 무역적자 폭도 계속 늘고 있어 보호무역주의자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 적자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7%인 3,697억 달러를 기록, 99년의 적자폭에 비해 39.5%나 증가했다. 또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도 늘어나 지난해 중국에 대한 상품수지 적자는 전년대비 22% 증가한 838억 달러에 달했다. 이 때문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향후 통상정책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USTR)대표, 폴 오닐 재무장관 등은 모두 자유무역주의 옹호론자이지만 경제위기가 커질수록 보호무역주의 물결을 잠재우기 힘들어진다. 실제로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업계에서는 의회를 상대로 '수입을 줄여달라'는 요구를 더욱 강화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행정부가 모든 통상교섭권을 갖는 신속처리권한(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 입김을 거세게 불어넣고 있는 의회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환경협정을 통한 무역규제도 급증하고 있다. 환경규제조치에 따라 일부 제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거나 승인 요건을 강화해 결과적으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들이 품질은 낮지만 저가 공세로 밀고 들어오는 개도국의 수출품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일정 수준 미만으로 감축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약한 국가들의 자동차 수출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도 안방시장을 파고 드는 개도국의 수입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국내 시장 잠식 정도가 심한 품목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나 긴급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대일 수출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를 옥죄고 있는 보호주의 움직임이 결국 세계 경제를 후퇴시킬 뿐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기고를 통해 선진국들에게 무역장벽을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겉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설파하고 다니는 선진국들이 실제로는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가난한 국가들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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