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약개발/‘국산 신약 1호’ 영광을 잡아라

◎선경제약·유한양행·중외 등 3사 선두다툼/“임상거쳐 빠르면 내년 하반기엔 상품화”병의 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신약개발 과정은 흔히 「신기루」를 쫓는 것에 비유된다. 신약개발은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 신약 1개 품목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15년. 1개 품목당 연구개발비는 약 8백억원 수준이다. 이같은 엄청난 액수의 돈을 쏟아붓고도 신약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불과 1만분의 1 정도다. 한해동안 전세계적으로 개발된 신약은 고작 10여개.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다.그러나 일단 개발에 성공한 신약은 하루아침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는 요술방망이가 된다. 세계 제약시장의 메카인 미국에서 신약 1개 품목을 개발했을 때 버는 돈은 연간 대략 5억∼8억달러로 알려져 있다. 신약의 원료로 이용되는 생물학 제제는 금값의 수천배에 달하는 g당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반도체도 비교가 안될 만큼 엄청난 고부가 가치 상품이다. 때문에 신약개발 사업은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우는 것이다. 또 신약을 일단 개발만 하면 10여년 동안 세계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도 또다른 장점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위궤양 치료제「잔탁」을 개발한 회사로 잘 알려진 영국 글락소사. 이 회사는 잔탁 단일품으로 연간 4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95년 승용차 수출액이 41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신약 하나의 위력을 알 수가 있다. ○한국제약사 100년 국내 제약업계가 올해로 한국 제약사 1백년을 맞아 이같은 「노다지」 꿈에 한껏 부풀어 있다. 기대수익은 크지만 성공확률은 매우 낮은 신약개발에 국내 제약사들이 뛰어든 것은 87년부터. 국산 신약개발에 메달려온지 올해로 10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국산신약 1호의 영광은 누가 언제쯤 안을까. 현재 신약개발과 관련해 연구가 진행중인 것은 총 1백98건. 이 가운데 실제로 신약개발 단계에 들어갔다고 일컬어지는 임상시험 단계는 10건이다. 「국산 신약 1호」의 영예는 이 가운데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선두에 나서고 있는 것이 선경제약의 「백금착제 항암제」와 유한양행의 「간장치료제」, 중외제약의 퀴놀론계 항생제가 있다.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들중에서는 일단 선경이 유리한 편이다. 신약개발이란 임상시험 3단계로 이뤄지는데 선경은 국내에선 가장 먼저 임상 2단계 시험에 돌입, 진행중이다. 91년 신물질 합성에 성공한 이래 94년까지 1단계 임상시험을 거쳐 현재 임상 2상시험 상태이다. 연구소쪽은 2상 임상시험에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정부가 신약발매 허가를 내주는데 3∼5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98년 하반기에는 첫 출시가 가능 할 것이라고 연구소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 위암환자 가운데 17.1%에게서 암세포가 5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특히 기존 백금착제 항암제인 시스플라틴과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환자의 몸에 해를 끼치는 독성은 훨씬 약화된 것이 특징』이라고 시험결과를 설명했다. 또 유한양행이 개발한 간장질환치료제 「YH­439」도 임상실험에서 간염치료와 지방간 억제 등 각종 간질환치료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분석돼 내년 상품화를 목표로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유한은 이와함께 위궤양 치료제와 항균제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유한은 91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항암제 DA­125」에 대해 올 3월부터 2단계 임상시험에 들어가 98년쯤 상품화 한다는 계획으로 추진중이다. ○국제 공인 받아야 이 제품은 1단계 임상시험에서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던 말기 암환자 치료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측은 말했다. 또 ▲대웅제약의 상피세포성장 인자·외상치료제 ▲부광약품의 항혈전제인 「아스파라톤」 ▲LG화학의 「퀴놀론계 항균제」 ▲제일제당의 녹농균 백신과 퀴놀론계 항균제 등이 1단계 임상시험중이다. 그러나 어렵사리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또 하나의 큰 벽이 있다. 그것은 영업력. 해외판매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업체 가운데 이런 여건을 갖춘 곳은 한군데도 없다는 게 업계 관게자들의 솔직한 토로다. 실제로 선경제약은 해외발매 요건을 갖추기 위한 해외전문인력이 없어 항암제 해외발매권은 외국 제약업체들에게 로얄티를 받고 넘길 방침이라고 한다. 또 국제적 공인을 받아야 하는 큰 벽도 넘어야 한다. LG화학 성재갑 부회장은 『신약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국FDA(식품의약국)의 공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같은 점을 감안한다면 업계에서 98년 신약 탄생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질적인 국산 신약1호는 2000∼2005년 사이에나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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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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