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년3개월만에 물러나는 박근혜 대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오는 16일 2년3개월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대선 1년 6개월 전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도록 규정한 당헌.당규에 따라 새로운 대표를 뽑는 내달 11일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당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대권출마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박 대표가 지난 2004년 3월 탄핵 후폭풍 속에서 끝없이 추락하던 한나라당의 과도 대표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대선후보 지지도 1, 2위를 다투는 지금의 위상을 예견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영남 정서와 박정희(朴正熙) 향수를 자극해 '침몰'만은 막아보자는 '최후의 카드'로 박 대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카드'는 20여일 뒤 4.15 총선에서 121석 확보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 데 이어 이후 다섯차례의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을 모두 승리로이끄는 `상승군(常勝軍)' 효과를 내며 박 대표를 어엿한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놨다. 물론 이런 데는 정부.여당의 거듭되는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한몫했지만 박대표 개인의 대중적 기반이 결합된 시너지 효과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4.30 재.보선 때 경북 영천과 올해 5.31 지방선거 때 대전의 경우 불리한 판세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서 역전승을 견인한 것은 단적인 예이다. 연전연승 가도에 힘입어 초창기 불안하기만 하던 당 장악력은 이제 어느 정도갖춰졌고 소위 '친박(親朴: 친 박근혜)'계로 불리는 지지세력도 몸집이 커졌다. 박 대표는 행정도시 입법,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입법, 당쇄신안, 사학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와중에서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 '3선 3인방'과 소장.개혁파의 '반박(反朴: 반 박근혜)' 공세를 견뎌내는 강단과 뚝심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수차례의 지도부 개편을 통해 김형오(金炯旿) 김무성(金武星) 허태열(許泰烈)의원 등 재선급 이상 중진을 친박(親朴: 친 박근혜)계로 편입했고, 유승민(劉承旼)전여옥(田麗玉) 유정복(劉正福) 의원 등 초선 측근을 얻었다. 3선 3인방이 사실상반박(反朴) 공세를 중단한 것도 수확이다. 박 대표는 이런 가운데 상생과 대화를 강조하는 '부드러운 리더십'과 함께, 대여(對與) 장외투쟁도 마다하지 않는 외유내강의 리더십도 정치적 고비마다 선보였다. 당 대표라는 '제 1 시험대'를 통과한 박 대표는 이제 대선주자로서 더 어렵고험난한 '제 2 시험대'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계파를 두지 않겠다"는 박 대표이지만 냉혹한 대권경쟁을 뚫고 나가려면 당내지지세력의 확충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금을 터놓는 대화를 통해 '내 사람'을 만들 수 있는 '스킨십'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박 대표를 만나기도 쉽지 않고, 만나서도 마음을 터놓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중진 의원의 불만도 이 같은 맥락이다. 또 정책대안 및 토론 능력을 강화, 콘텐츠를 확충함으로써 '수첩 공주'란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박 대표의 자산이자 부채로 작용하고 있는 부친 박 전 대통령에 대한`정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사적 감정을 넘어 정치인 박정희에 대해 비판할것은 과감히 비판할 수 있어야 연좌제적인 공세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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