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택배업계 '고객만족 없는' 경쟁

국내 택배업계 4위 업체인 CJ GLS가 최근 삼성물산 계열의 HTH택배를 인수하면서 택배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두 회사가 합치게 되면 영업소 수에서나 매출 규모 등에서 단숨에 업계 1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택배ㆍ한진ㆍ대한통운 등 상위 택배사들은 CJ GLS와 HTH택배의 합병이 택배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실 HTH택배 인수건은 업계에서 오래된 ‘레퍼토리’였다. 국내 택배업계가 상위 4개사 위주로 재편되고 물량 확대를 위한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서 중견 택배사들이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들 중견 택배사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에 HTH택배를 비롯한 업체들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결국 HTH택배가 CJ GLS의 품에 안기면서 M&A를 통한 택배업계 재편 시나리오는 막이 올랐다. 이번 CJ GLS의 HTH택배 인수로 국내 택배업계는 이른바 ‘빅4’로 불리는 상위 4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각 업체간 물량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업체간 경쟁에 대해 택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택배 고객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질 높은 배송 서비스다. 업체들도 저마다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고객만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의 택배업계 실정에서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현실적으로 택배 차량의 증차가 법적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데다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업체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업체들은 겉으로는 증차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안으로는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과 접점이 닿아 있는 택배업체들의 경우 규모의 경쟁 못지않게 서비스 경쟁이 더욱 요구되는 업종이다. 따라서 매출 규모를 늘리고 성장성을 지속하기 위한 기업간 M&A나 해외 진출 못지않게 제도개선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택배업계의 재편 시나리오가 업계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 및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객만족을 향상시키는 ‘행복한 결말’로 막을 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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