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율충격에 영업익 5~10% 날려

환헤지만으론 리스크 못피해 원가·비용 절감 특단책 모색


환율충격에 영업익 5~10% 날려 환헤지만으론 리스크 못피해 원가·비용 절감 특단책 모색 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경영진이) 환율과 유가 등 기본적인 경영변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삼성 계열사 한 CEO가 1ㆍ4분기 실적집계를 마친 지난 4월 중순께 임직원들에게 보낸 자성의 메시지다. 10여년을 경영에 참여하면서도 지금처럼 가파르게 하락하는 환율과 나빠지기만 하는 경영여건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담겨 있다. 대기업들의 공격경영 의지가 눈에 띄게 꺾이고 있다. 불과 3개월 만에 6.2%나 떨어진 환율에, 고공행진에 들어간 유가, 여기다 현대차 비자금 사태로 불거진 경영 외적인 악재는 글로벌경영에 박차를 가하던 대기업들의 발목을 움켜쥐고 있다.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경영목표를 수정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된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환율이 당초 예상치보다 훨씬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며 "일상적인 대책을 사용하기에는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환헤지, 구매통화 일치, 달러자산 축소 등 일상적인 환율하락 대책으로는 940원대를 위협받고 있는 환율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예 경영목표 자체를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경영목표 수정은 기업 주가와 투자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여서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 기업들이 처한 최근 상황은 연초의 경영목표를 그대로 끌고 가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환율충격 대기업 휘청=주요 대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은 환율과 고유가의 파도에 휘청했다. IT업종과 굴뚝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하락세를 보인 1ㆍ4분기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은 환율하락에 영업이익의 5~10%를 고스란히 날렸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1ㆍ4분기 영업이익률이 11.5%로 지난 5년간의 분기실적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지난 1ㆍ4분기 IR에서 "환율하락에 1ㆍ4분기 2,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며 "글로벌 경영전략으로 900원대까지도 버틸 수 있지만 당초 목표 환율이었던 950원 아래로 좀더 내려갈 경우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고려하고 있다는 1달러당 950원의 환율 마지노선은 지난주에 이미 깨졌다. LG전자ㆍLG필립스LCD도 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LG전자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1.9%나 줄어들었고 LG필립스LCD도 영업이익이 520억원을 기록하며 환율이 지난해 1ㆍ4분기 이후 계속된 상승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환헤지만으로는 한계=대기업들의 고민은 환율하락을 더이상 환헤지 등 일상적인 대책만으로 커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환변동보험이나 환헤지 기법을 사용해 환율하락에 대처하고 있지만 이도 당초 경영목표를 지키는 데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계약 환율과 결제 환율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헤지만으로 환율 리스크를 피할 수가 없다"며 "1ㆍ4분기 실적에서 환율리스크를 충분히 확인한 만큼 원가와 비용 절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달러가치 하락보다는 원화가치 상승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주요 경합대상인 일본제품이 원ㆍ엔 환율 변동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데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부품가격이 대만ㆍ중국 등 부품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화가치가 상승하며 대만 등 업체들의 부품가격이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있지만 상생경영 차원에서 국내 생산제품은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완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올해 해외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44.9%나 늘린 92만2,000대로 잡고 있다"며 "자동차업종의 환헤지는 글로벌경영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최근 총수 일가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4/23 17:59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